박홍 신부 위트에 현대서 학교 건물
마윈 열정에 손정의 6분 만에 투자
너도나도 비즈니스 메시지 만들어
마케팅 안에는 감동·열정 담겨야
대구 출신이며 전 서강대학교 총장이었던 박홍 신부는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때 항상 옆에서 어루만져 주고 정곡을 찌르는 얘기를 해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1991년 5월 8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 씨는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분신하고 투신했다. 당시 박 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지금 우리 사회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우리는 이들의 실상을 반드시 폭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귀한 생명을 파괴해서라도 이념을 실천하겠다는 젊은이들의 사상적 황폐함과 이들의 죽음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들 어둠의 세력을 돕고 있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생명을 담보로 싸움을 벌이는 무리들은 인간 존엄성을 뿌리째 파괴하는 살인적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최근 어떤 자리에서 요사이 박홍 전 총장 같은 분이 생각난다고 하자, 박 신부가 서강대학교 총장 시절 옆에서 총장 신부를 도왔던 C교수가 박 신부는 지금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설립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다면서, 고 정주영 회장과 박 신부의 숨은 비화를 털어놨다.
박 신부가 서강대 총장이 되고, 취임 후 '재벌에 부탁해 학교 건물 한 동씩을 건립하는 일이 총장의 주요 과제'가 되어 무척 큰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고심하던 끝에 당시 국내 최대 건설회사인 현대건설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고 직접 정 회장을 찾아갔다.
박 총장은 회장실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자마자 정 회장의 유별나게 크고 힘센 손을 잡고 "이 손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했습니다. 주여! 이 손을 축복하소서"라면서 정 회장의 손을 잡고 긴 기도를 했다. 정 회장은 박 총장에게 무슨 용건으로 오시게 되었는지 묻게 된다. 박 총장은 "총장이 되고 보니 중요한 숙제가 한 가지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학교에 연구동을 세우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정 회장님에게 후원자가 되어주시기를 부탁하려고 왔다"고 했다.
정 회장은 즉답은 피하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자고 했다. 일주일 후 정 회장은 현대건설 임원 한 사람을 동석시켜 현대건설이 지을 수 있는 건물 계획안을 브리핑했다. 가격이 싼 순서로 A안, B안, C안을 제시하고 각각의 특색을 설명한 후 그 임원은 박 총장에게 어떤 안이 좋은가를 물어봤다. 그러자 박 총장은 가장 비싼 C안을 선택했다. 정 회장은 그때까지 임원에게 무료로 건물을 지어준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임원은 공사비 결제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총장은 주저 없이 "말이 뿔 날 때 결제하죠"라고 말했다. '말이 뿔 날 때'라는 말의 의미를 금방 파악하지 못한 임원이 잠시 주춤했다. 그때 정 회장이 "총장님, 저는 총장님이 공짜로 현대가 건물을 지어 주기를 원할 줄 알았는데 말이 뿔 날 때 공사비를 지불하겠다니. 이 이사 그럼 당장 지어주기로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총장의 정 회장을 감동시킨 이 위트 있는 한마디와 기도가 박 총장의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정 회장은 "박홍 신부님께는 현대가 운영하는 아산병원이 평생 공짜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박 전 총장이 현재 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화 한 가지.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투자처를 찾고 있을 무렵인 1999년 10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윈은 손 회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드디어 어렵게 10분간의 면담이 허락되었다. 마윈이 알리바바에 대한 자신의 사업 계획 브리핑을 시작한 지 6분 만에 손 회장은 브리핑을 그만 멈추라고 얘기하고 투자 결정을 알려준다. 후에 손 회장은 6분 만에 마윈에게 투자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마윈의 눈에서 열정을 봤다"고 말했다.
마케팅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필수요건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국가나 지자체에서도 많은 마케팅 슬로건과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은 그 안에 열정이 담긴 감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대구경북도 이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감동적인 메시지를 내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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