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소설)을 추천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니, 의외네요. 사람들의 마음 헤아려 빛 같은 글 쓰셔야 하니, 꼭 읽어주세요."
그는 "책 속에 나오는 '모성애라는 종교' '독박육아'라는 표현이 마음 아팠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느끼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변할 것이다"고 페북에 글을 남겼다.
딸의 방에 있던 '82년생 김지영'을 가져와 읽었다. 르포에 가까웠다. 서른네 살 김지영 씨의 평범한 이야기다. 지영 씨는 출산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소설은 지영 씨가 일상에서 겪은 여성 차별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뤘다. 소설의 한 부분이다.(주인공이 홍보업체에서 일할 때 회식자리에서 벌어진 일)
"(발주업체 간부가)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더니 원래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이 난다는 둥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는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여자는 없다는 둥 웃기지도 않는 19금 유머까지 남발했다. 무엇보다 계속 술을 권했다. 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 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빈 컵과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읽는 내내 먹먹했다. 나도 그런 현장을 숱하게 경험했다. 출입기관이 마련한 술자리에 불려나온 여직원들. 나도 불편했는데, 그 여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50대 여성은 이 책을 읽고 "내가 주인공보다 스무 살 많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내가 경험한 세상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변하지 않느냐"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주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을 보면, 참담하다. 한국은 전 세계 144개국 중 118위로 하위권이다. 경제 참여'기회 부문만 놓고 보면 121위다.
올해는 김지영의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 '82년생 김지영'은 30만 부 이상 팔렸다.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 소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3월에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책 300권을 구입해 동료 의원들에게 보냈다. '모두 힘을 합쳐 10년 후에는 92년생 김지영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모든 여성은 남성의 어머니요, 누이요, 아내요, 딸이다. 남성들이 앞장서서 김지영의 눈물을 닦아주자.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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