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거짓과 북한 해역 침범 조업 배짱, 화를 부를 뿐

경주 감포 선적 '391흥진호'가 지난달 21일 북한에 나포된 지 엿새 만에 무사 귀환했다. 하지만 우리 어민들의 안전 불감증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포항해양경찰이 6일 밝힌 중간 수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조사 결과, 배는 고기를 더 잡으려고 배에 탄 선원들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해역을 침범했다. 선장과 선주는 당국에 위치를 거짓으로 보고하는 배짱까지 부렸다. 선장과 선주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선장의 무책임이다. 모두 10명을 태운 흥진호의 선장은 지난달 16일 울릉도를 출항해 조업이 부진하자 북한 수역으로 불법 침입했다. 고기를 잡지 못한 답답한 심정은 그 나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은 6'25전쟁 이후 전투가 일시 그친 정전(停戰) 국가다. 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지난날, 북한이 자행한 숱한 어선 납치로 많은 가족이 고통에 빠지고 국가 또한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선장이 선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 뻔한 행동을 했으니 그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거짓 보고까지 보탰으니 당국이 구조나 적절한 행동에 나설 손발을 묶은 것이나 다름없다. 선장은 정상 조업을 하고 있다며 허위로 당국에 알렸다. 배의 전 선장이자 실질적인 선주조차 같은 거짓말을 한 모양이다. 흥진호는 북한 경비정이 위협하는 위기에서도 당국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해경이 흥진호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해 '위치 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지정, 수색을 할 때도 선주는 아무 일 없는 듯 둘러댔다. 선원들의 목숨보다 불법 조업에 대한 처벌을 먼저 걱정한 듯하니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

이번 일은 북한이 배와 선원을 무사히 돌려보낸 덕분에 아찔한 순간은 피했다. 당국이나 어민 모두 여기서 짚어야 할 일은 많다. 지난달 포항 앞바다의 선박 충돌로 3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도 규정을 어긴 탓이었다. 이번 어선 나포도 다르지 않다. 당국은 엄한 책임 추궁과 어업 종사자의 의식 전환에 나설 때다. 어민의 해상 안전과 바다를 지키는 당국을 속이는 어리석음은 또 다른 피해만 부를 뿐이다.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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