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존슨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에 전투병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당시 이동원 외무장관이 기발한 제안을 했다. "기왕에 참전하기로 했으니 이참에 미국에 더 많은 참전 대가를 요구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국내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파병을 결행했음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기본 조건은 갖춰져 있었다. 여기에 집권당인 공화당의 반대도 있으면 한국 정부의 파병 노력은 더욱 돋보일 터였다.
박 대통령은 이 역할을 최측근으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차지철에게 맡겼다. 여당 내의 파병 반대 의견을 주도하라는 것이었다. 차지철은 당황했지만, 이 밀명(密命)의 수행을 위해 베트남에 대한 '열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공부로 차지철은 파병을 반대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반대하게 됐다. 전투부대 파병을 위한 제3차 파병동의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열린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차지철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당 의원이지만 3차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분명히 반대할 것입니다. 월남의 권력자와 부자들은 전부 자기 자식들을 외국으로 피난시켜 놓고 군대조차 보내지 않고 있어요! 그래 놓고 원군 요청을 한다는 말입니까? 자기 나라 특권층 자식들부터 전선에 서게 한 뒤 외국에 파병을 부탁해도 될까 말까 할 텐데 자기 자식들은 안전지대에서 향락을 즐기게 해놓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나서게 한단 말입니까? 상정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남베트남은 '지켜줄 가치가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남베트남 국가 지도자들은 전쟁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없었다. 군은 무능하고 부패했다. 국민은 국민대로 전쟁은 미국이 대신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며 무사안일에 빠져 있었다. 무엇보다 민'관'군 모두 싸울 의지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관계 정상화'에 급급해 중국이 요구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3불(不)'을 수용한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알아서 긴 이 결정은 안보 상황 변화에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적응 능력을 스스로 틀어막은 '안보 주권의 포기'라는 것이다. 이 결정으로 우리는 동맹인 미국에 어떻게 비칠까. '지켜줄 가치가 없는 나라'로 비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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