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대통령 방한] DMZ 안개에…헬기로 5분 거리 남겨두고 기수 돌려

한미 정상 첫 'DMZ 동반 방문' 무산

8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DMZ '동반 방문'은 악천후로 무산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낙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과 CNN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숙소를 출발해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55㎞가량 떨어진 DMZ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을 태운 VH-60Ns 기종의 마린원 2대는 물론 수행원과 취재진, 경호인력을 위한 시누크 헬기 3대가 동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올렛 초소를 찾아 문 대통령과 한미 안보동맹을 과시하고 북한에 무언의 경고를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18분을 날아가 목적지로부터 5분 이내 거리까지 도달한 마린원은 안개가 낀 악천후 탓에 기수를 돌려야 했다. 이날 오전 DMZ 인근에는 안개 탓에 가시거리가 1마일(1.6㎞)에 불과했다고 AP가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군과 비밀경호국은 착륙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용산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을 곧바로 단념하지 않고, 방탄 차량에서 1시간 가까이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 오전 9시 결국 포기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국회 연설과 중국 방문 등의 남은 일정을 미룰 수가 없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시도는 안전을 이유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백악관은 방한 일정을 동행 취재 중인 미국 기자 13명에게 7일 밤까지도 "내일 아침에는 푹 잘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가, 밤 11시 30분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내일 오전 5시 45분쯤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공지를 했다. 이날 아침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가는 곳은 이곳"이라며 'DMZ'라고 적힌 메모지만 보여줄 정도로 보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청와대는 이날 DMZ 깜짝 방문이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밝혔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DMZ행(行)은 아시아 순방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예정돼 있었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은 놀라게 될 것"이라며 깜짝 방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날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도 "우리는 내일 여러 가지 이유로 신나는 날을 보낼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며 군불을 지폈다.

동반 방문을 시도한 취지에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역사적인 일로 강한 동맹의 상징이 될 예정이었다"며 "두 정상이 함께 계획했다는 사실이 그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동반 방문 취소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도 헬기로 이동하다가 안개 때문에 DMZ 인근 군기지에 착륙해 차량으로 DMZ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결국 날씨 문제로 동반 방문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까지 날씨 상황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9시 3분 헬기 대신 차량으로 DMZ를 떠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전날 단독 정상회담에서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DMZ를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비서실에서 그런 일정 제안이 있어서 고민 중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가셔서 DMZ 상황을 보시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도 동행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같이 가주시면 저도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DMZ 동반 방문 추진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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