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스산한 계절이다. 연말연시의 화려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하를 울긋불긋하게 물들였던 가을 단풍은 이미 절정을 넘어 잎새를 떨구기 시작해 어딜 가도 가슴 한쪽이 허전해 온다. 이럴 때는 차라리 사람이 북적이는 장소를 고르는 편이 낫다.
서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도시다. 경복궁, 창덕궁, 경희궁 등 수백 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고궁을 돌아보고, 인사동과 명동, 남산, 청와대 등 서울 중심부만 해도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상당히 매력적인 관광지 중 한 곳이지만 왠지 '서울 구경 간다'고 하면 촌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 영 쑥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땐 그럴듯한 핑곗거리 하나만 찾으면 된다. 바로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청계천 '서울빛초롱축제'다. 평상시에도 빛과 야경이 유명한 청계천에는 지난 3일부터 여러 가지 빛 조형물이 설치돼 보는 이들을 한층 더 황홀경으로 이끈다. 11월의 스산한 기온마저도 반짝이는 색색깔 빛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니 일석이조다.
◆2017 서울빛초롱축제
물이 흐르고, 빛이 흐르고, 음악이 흐른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화문 인근 청계광장에서부터 관수교까지 서울 강북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 화려한 등과 빛 조형물들로 가득 채워졌다. 높은 빌딩 숲 속에 자리 잡은 생태하천에 마치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노니는 느낌이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빌딩들과 빛초롱축제 조명들의 조화가 오묘하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관수교 구간 1.3㎞ 물길이 수만 개의 빛과 등으로 반짝이고 있다. 폭이 넓지 않은 청계천이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아기자기한 매력을 즐길 수 있어 한밤의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올해 9회를 맞은 서울빛초롱축제는 19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불을 밝힌다. 입장료는 없다. 특히 올해는 LED 조명을 활용, 전통과 현대의 빛을 융합한 작품 수를 작년 대비 5배로 확대하면서 예년에 비해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졌다.
올해 축제는 3개 구간 3가지 테마 모두 43개 작품으로 꾸며졌다. 그중 메인 주제는 '서울에서 빛으로 보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캐릭터가 성화를 들고 있는 메인 주제 등으로 청계광장을 밝히고, 그 외에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봅슬레이 등 11개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을 화려한 등 조형물로 구현해 올림픽 열기를 더한다. 이 중 일부 작품은 내년 올림픽 기간 중 평창에서 다시 전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주제는 '서울,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 등'이다. 광교에서 삼일교 구간에 양주시 '별산대놀이' 등 대한민국 지역의 대표 콘텐츠와 함께 중국, 대만, 필리핀 등 국내외 대표 문화'유적'관광명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한 작품들이 들어서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삼일교에서 관수교 구간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캐릭터와 예술작가'를 콘셉트로 한 이곳은 '타요버스' '뽀로로와 친구들' '로보카폴리' '터닝메카드'와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가득하다. 또 시인 윤동주를 주제로 한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서울빛초롱축제'에서는 체험 및 이벤트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400인치 스크린 앞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서울로 7017'을 가상으로 건너보는 체험공간을 비롯해, '소원 등 달기' '소망 등 띄우기' '신년 소원지 달기'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축제장 곳곳에서 열린다. 광교 아래는 소원 등 달기 행사를 통해 이미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삼색 등으로 수놓아졌다. 시민들이 현장에서 구매한 소원 등에 소원을 적으면 광교 하단 천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만약 등을 회수하길 원하는 이들은 19일 오후 9시부터 20일 오후 5시 사이에 찾아갈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소망 등 띄우기'다. 소망등을 직접 조립해 소망을 적은 뒤 청계천 물 위로 띄워 보내는 이벤트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이제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2018년에 대한 소망을 빌어볼 수 있다. 마치 연꽃을 띄워 놓은 듯 흐르는 물 위로 노란 소망 등이 떠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다리 위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봐도 좋다. 무교동네거리의 모전교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 인근 광통교, 광교, 청계천 한빛광장 근처의 장통교, 청계2가의 삼일교와 청계3가의 관수교 및 그 두 다리 사이의 수표교 등 야경을 감상하며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교량들이 있다.
2003년 시작돼 2005년 10월 개통한 청계천 복원사업은 서울시가 복개로인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로의 구조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이와 더불어 환경 친화적인 도시 공간 조성,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 회복 등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시민들은 종로구 태평로 1가의 동아일보사 앞에서 성동구 신답철교까지 5.8㎞ 구간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고궁에서 즐기는 늦가을의 정취
서울 나들이를 계획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코스가 바로 '고궁 순례'다. 조선의 수도가 위치했던 서울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관광 명소가 바로 '궁궐'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와 함께라면 절대 빼놓아선 안 된다.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찬란함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명절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색색깔 한복 퍼레이드도 볼거리다. 예전 고리타분한 형식의 한복이 아니라 한껏 멋을 낸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과 궁중 한복까지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경복궁 주변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복 대여 업체가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2시간 1만원에서부터 하루 종일 대여는 2만~2만5천원 선이면 가능하니 직접 한복을 차려입고 궁궐 나들이 인증샷을 즐겨봐도 좋겠다. 경복궁은 한복을 입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경복궁을 둘러본 뒤 조계사를 거쳐 인사동 거리를 둘러봐도 좋다. 도심 속 아늑하게 자리 잡은 조계사에는 절정을 지나긴 했지만 국화꽃 축제가 열리고 있어 늦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계절에는 바스락대는 낙엽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봐도 좋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문세가 노래한 '광화문연가'가 가슴에 말을 거는 곳이다. '정동길'이라고도 불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우리나라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수많은 노래에 등장했고, 이곳을 연인이 걷고 나면 얼마 되지 않아 헤어진다는 소문도 떠돌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매력 있는 이유는 가로수와 돌담길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낭만적인 풍경 때문일 것이다. 인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을 비롯한 문화시설과 고궁이 위치해 한꺼번에 돌아봐도 좋다.
서울 도심 투어를 계획했다면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머리 아프게 동선을 고민하지 않고 여러 곳을 한꺼번에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실 서울 핵심 명소 상당수는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걷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지하철을 타자니 오르락내리락 노선 바꿔 타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서울의 핵심 명소 22곳을 반영한 '도심'고궁 코스'와 '서울 파노라마 코스' '야경 코스' '어라운드 강남시티투어 코스' 등 4개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도심'고궁 코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해 덕수궁, 남대문시장,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부터 이태원, 명동, 남산, 동대문을 거쳐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청와대, 경복궁까지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 코스를 선택해 티켓을 구매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스에 나와 있는 각 목적지에서 무제한으로 승'하차가 가능하다. 하차 후 다시 버스에 오르고 싶다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승차하면 된다. 기존 1층 버스뿐 아니라 유럽형 오픈버스, 2층버스, 트롤리버스 등 버스의 종류도 다양해 골라 타는 재미도 있다.
만약 청계천을 시작으로 서울의 야경을 편안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야경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광화문, 마포대교, 세빛섬, 성수대교, 청계광장 등을 둘러보는 야경 코스는 매일 오후 7시 30분 하루 1회만 운행하는데, 광화문 정류장에서만 처음 승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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