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에 원전 협력기업을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설명회까지 열면서 의지를 피력했는데도,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하니 이상한 일이다. 요즘 기업 유치라면 환영받아 마땅한 일인데, 이런 황당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한수원이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지 모른다.
한수원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말을 바꾼 전력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수원이 경주로 이전할 때만 해도, 많은 협력업체가 함께 이전할 것으로 예상했고, 한수원 관계자도 비슷한 언급을 하곤 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867개 원전 협력업체 가운데 경주로 이전한 협력업체 본사는 단 한 곳도 없다. 한수원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59개 협력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사만 설치해 운영할 뿐이다. 80명이 근무하는 한전KDN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7, 8명 남짓한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 수준이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한수원은 이번 설명회에서 앞으로 3년간 56개사를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도 현재처럼 본사가 아닌, 지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은 2년간 임차료 보조와 함께 경주동반성장기금, 동반성장협력대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한 파격적인 지원책 없이는 이전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문제는 이들 기금이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저리로 빌려준다는 점, 경주라는 지리적인 특성, 원전 사업 축소 등으로 인해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여건이 어렵더라도, 기업 유치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한수원은 말만 앞세우지 말고, 큼직한 협력업체 본사 몇 개는 유치한 뒤 유치 계획을 밝히는 것이 옳았다. 적극성만 있으면 이전을 유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유치운동을 벌이던 행태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갖고 유치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수원이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경주 시민의 협력은 물론이고, 협력업체도 이전할 결심을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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