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나푸르나의 만년설이 꿈에 나타나곤 합니다."
김은조(78'대구 북구 구암동) 씨는 마치 어제 일처럼 안나푸르나를 떠올렸다. 1939년생인 김 씨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17일까지 25일간 혈혈단신으로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무사히 다녀왔다. 주변의 만류에도 죽기 전 마지막 기회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보란 듯이 성공했다. 우리 나이로 여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건강을 자랑하는 김 씨는 요즘 자신의 블로그에 여행 기록을 남기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씨의 네팔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0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해발 4,130m)에 도전했지만 고산병이 발목을 잡았다. 2년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불리는 랑탕을 거쳐 체르코리(해발 4,984m)를 올랐으나 정상을 목전에 두고 또다시 하산했다. 고산병은 그만큼 생각보다 무서웠다. 김 씨는 "산소가 부족하니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완주를 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5년간 절치부심 끝에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책, 인터넷 블로그 등을 찾아 '공부'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아내와 세 아들의 반대가 이전보다 거셌다. "그 연세에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쩔거냐"며 도전을 만류하기 바빴다. 그는 그럴 때마다 "안나푸르나를 오르다가 죽으면 가족이 1주일 남짓 고생하면 되지만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들어가면 가족이 몇 년은 고생한다"며 오히려 가족을 설득했고 기어이 승낙을 받아냈다.
이번에도 고산병이 여지없이 찾아왔지만 차량이나 말에 올라타면서 체력을 아꼈다. 갖은 고생 끝에 지난달 5일 오전 9시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갯마루'라는 쏘롱 라 파스(해발 5,416m)에 올랐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 게 제일 고역이었다는 김 씨는 이날도 아침, 점심에 삶은 달걀 한 개씩만 먹었다고 했다. 예상보다 일찍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가 끝난 뒤에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 구상'을 했던 곳으로 알려진 헬람부 코스에도 올랐다. 그는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만 해내도 대성공인데 헬람부 코스도 다녀와 목표의 150%를 달성한 기분"이라며 흐뭇해했다.
이번 여정에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김 씨는 "설악산, 지리산은 한달음에 올라가지만 히말라야는 무척 어려웠다"며 "아무나 따라해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평생 우체국에서 일하며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다는 그는 당분간 인근 산에 오를 예정이다.
왜 산에 오르냐고 묻자 그는 시원스레 대답했다. "산이 그곳에 있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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