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물 위를 우아하게 떠다닌다. 하지만 수면 밑에선 분주하게 발을 움직인다. 요즘 프로야구 자유계약 선수(FA) 시장이 꼭 그렇다. 각 구단 간 물밑 경쟁과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대어로 꼽히는 FA들을 두고서 저마다 약점 보완과 자금 규모 등을 고려하며 저울질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FA를 신청한 선수 가운데 대어급은 외야수들. 손아섭(29'전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30'전 두산 베어스)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는 정의윤(31'전 SK 와이번스) 정도가 눈에 띈다. 여기다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돌아올 것이 유력한 김현수(29'전 두산 베어스)도 FA 시장에 나온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손아섭. 올 시즌 타율 0.335, 20홈런, 80타점, 25도루를 기록했다. 각 부문 모두 비교 대상 FA들 가운데 1위다. 타격의 힘과 정확성, 빠른 발에다 남다른 투지도 돋보인다. 2년 연속 전 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몸도 튼튼하다. 도미 직전인 2015시즌 타율 0.326,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도 특급 외야수다.
민병헌도 수준급 자원이다. 2017시즌 성적은 타율 0.304, 14홈런, 71타점.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그는 비교 대상 중 수비가 가장 뛰어나다. 코너 외야수뿐 아니라 중견수 자리에 설 수도 있다. 정의윤은 올 시즌 타율 0.321, 15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적은 타율 0.311, 27홈런, 100타점. 손아섭, 민병헌에 다소 밀리지만 장타가 필요한 팀으로선 노려볼 만한 카드다.
이들 모두 원소속팀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선수들은 다들 대박을 꿈꾸기 마련. FA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수요가 있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또 다른 국내 복귀파 황재균(30'전 롯데)과 함께 4년 기준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긴 금액을 제시해야 잡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구단들의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롯데는 손아섭 외에 포수 강민호(32)도 잡아야 한다. 두산은 모그룹 사정상 민병헌과 김현수 모두 잡기가 힘들다는 예상이 많다. NC 다이노스가 김현수를 노린다는 얘기도 나돈다. 거포가 많은 SK는 무리해서 정의윤을 잡을 이유가 없다. 추측만 무성할 뿐, 이들 중 누구도 아직 행선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공격력이 부족한 LG 트윈스, kt 위즈가 F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관건은 삼성의 행보.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더욱 떨어져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삼성이 대어급 FA 1명을 염두에 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결정을 미루고 시장 상황을 관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움직인다면 고착화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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