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메기 철 맞아 분주한 포항] 포항 과메기, 겨울 입맛 잡으러 다시 돌아왔다

위생 자신감 무장…구룡포 덕장 꽁치 손질 한창

포항 구룡포
포항 구룡포 '파도소리' 회식당의 과메기 한 상차림. 배형욱 기자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서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과메기. 배형욱 기자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서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과메기. 배형욱 기자

초장을 듬뿍 찍은 과메기 한 점을 김 위에 올리고 쪽파와 마늘, 고추를 얹은 뒤 미역으로 둘둘 말아 입 안에 넣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과메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과메기를 먹고자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다. 올해도 과메기가 쌀쌀한 바닷바람을 타고 굵은 기름방울을 뚝뚝 흘리며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찾아왔다.

◆'맛, 위생'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구룡포 과메기

포항 구룡포 과메기는 2013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7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지역 소득 증대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식품 관련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두 차례나 부정적으로 보도되면서 여론이 나빠졌고, 매출도 반 토막 났다. 그 여파는 올해도 어찌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이 올해는 과메기를 만들 꽁치 어획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크기도 작아 예년만큼 판매량이 뒷받침해 줄지도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룡포 주민들은 기죽기는커녕 모든 면에서 완벽해진 과메기를 손님들에게 맛보이려고 더욱 분주하다. 6일 구룡포 해안가에 있는 10여 개 과메기 덕장들은 위생복을 갖춰 입은 일꾼들이 묘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꽁치를 손질하고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취재에 거부감을 나타내던 덕장들이었지만,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며 위생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자신감은 과메기 생산'유통 개선에서 비롯됐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소속 덕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과메기를 널 때 대나무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손질 작업을 하는 직원은 위생복을 착용하도록 했으며, 생산자 실명제와 제조일자 표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올해는 유통 과정에서 변질한 과메기가 손님의 식탁에 올라가는 것을 막고자 '신선도 스티커'를 제작해 생산된 과메기에 붙이고 있다. 이 스티커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신선한 상태를 나타내는 초록색에서 조리해 먹을 것을 권하는 노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과메기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먹을 수 있다.

여기에다 포항 한 덕장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아 '과메기 현장 견학관'을 지었다. 이 견학관은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김영헌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과메기를 생산'유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자 모든 조합원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지난해는 다수의 과메기 덕장들이 일부 덕장의 비위생적 운영 탓에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도 해결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영양 만점 과학적 근거' 속속 확인돼

구룡포 과메기 덕장들이 과거를 딛고 힘을 낼 수 있는 데는 그동안 속설처럼 전해왔던 과메기의 영양가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과메기를 먹으며 술을 마시면 잘 취하지 않고, 다음 날 숙취도 없다'는 말은 최근 포항테크노파크의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과메기에 함유된 성분을 단독 연구한 재단법인 포항테크노파크는 지난 5월 '과메기의 지방 추출물을 함유하는 간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따냈다. 이 연구의 핵심은 과메기에 포함된 많은 양의 지방을 유용한 용도로 사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과메기는 건조 과정에서 원료인 청어나 꽁치와는 지방산의 조성이 다르게 변성되며, 오메가-3의 함량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과메기 기름은 급성 간독성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포항테크노파크는 현재 '과메기 단백질의 혈압 강하 효과'와 '과메기에 함유된 지방산의 바이오필름 저해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허 신청과 논문 출간 등을 할 예정이다.

또 경북대 연구진이 과메기 유통기한을 연구하던 중 우연찮게 유산균도 발견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포항시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말 과메기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과메기는 덕장에서 출하한 이후 7~10일 사이 변질이 시작되며, 그 기간이 지나면 조리해 먹어야 할 정도로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들이 확산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신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유산균을 발견했다. 신 교수는 "유산균이 발견됐는데, 당연한 것이 과메기는 건조 음식이 아니라 발효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과업 수행 중 유산균을 발견해 더 자세한 연구는 하지 못했지만, 인체에 유익한 균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른 한 덕장에선 과메기에 유해 세균이 얼마나 검출되는지도 3차례에 걸쳐 직접 검사 의뢰를 하기도 했다. 보성수산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개선된 시스템으로 만든 과메기를 갓 출하했을 때 유해 세균이 검출되는지를 ㈜매빅슨에 검사의뢰한 결과 바실러스세레우스,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장출혈성 대장균, 클로스트리디움퍼프린젠스,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모노사이토제네스 등 유해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보성수산 장천수 대표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과학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임이 증명됐다. 이제 과메기를 드실 때 건강만 생각하셔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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