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성추행 논란 구의원에게 '면죄부' 준 수성구의회

동료 의원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구의원에 대한 수성구의회 제명안이 결국 부결됐다. 수성구의회는 8일 열린 본회의에서 구의원 징계안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부결됐다고 밝혔다. 재적 의원 19명 중 찬성 8표, 반대 8표, 무효 2표, 기권 1표라는 결과가 나와 찬성 14표 이상이어야 하는 의결 정족수에 턱없이 미달했다. 같은 사안으로는 재징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성구의회의 이번 표결은 해당 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난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비밀투표여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 면면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평소 해당 의원 징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같은 당(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부결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회의 표결이라는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제명안 부결 자체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는 말할 것도 없고 본회의 상정 때까지 일어난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수성구의회의 민낯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피해 의원의 호소가 있자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은 "이 정도 행동은 용납할 수준이 아니냐"는 등 자당 소속 의원을 두둔하는 반응을 보인 바 있고 본회의 제명안 상정도 간난신고 끝에 상정될 수 있었다. 성추행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적 추세 및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다.

더구나 성추행은 실정법으로도 가볍지 않은 범법 행위다. 진위 여부를 떠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것만으로도 해당 의원은 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수성구의회가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은 민의를 저버렸으며 자정 기능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제명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한 시민단체는 "수성구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무덤이 됐다"는 성명까지 냈다. 참으로 뼈아픈 지적이다. 의회 차원에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사법기관의 판단은 아직 남아 있다. 피해 의원의 고소에 따라 검찰은 고소인 신분 조사까지 마쳤다. 자정 기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사법기관의 판단에 이목이 더 쏠린다. 검찰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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