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행복한 가정, 수건 엄마가 되어주세요

자녀가 혹시 손톱을 물어뜯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손톱 주위에 피가 나고 살이 뜯겨서 손톱이 못생겨지게 되지는 않았나요? 이런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비위생적이라고 지적하며 꾸중하거나, 그 나름대로 원인을 생각하며 이성적으로 타이르거나, 손톱 물어뜯기 방지제 같은 약품을 발라주면서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해결책으로 위생적, 이성적, 과학적 접근보다는 감성적, 심리적, 인간적 접근은 어떨까요? 먼저 부모의 두 손으로 자녀의 손을 감싸 잡아서 사랑의 체온을 느끼게 하고, 애정을 담아 손톱을 깎아주세요. 그리고 손을 씻기고 "우리 아들(딸) 고운 손" 하면서 여러 번 뽀뽀한 후 온몸으로 꼭 안아 주십시오. 자녀의 손톱이 자랐을 때쯤을 가늠하여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십시오. 어느 순간 자녀가 손톱 물어뜯는 버릇도 고치고, 정서적 불안도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예고 없이 재혼 부부가 자녀 문제를 의논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전 아내와 사별한 남편은 남매를 두었으며, 아내는 이혼한 후 딸을 데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3남매의 자녀를 둔 가정입니다. 현재 집 가까운 중학교에 남편의 딸이 2학년에 재학 중인데 아내의 딸도 전학시켜서 함께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같은 두 딸의 관계 설정과 생활지도의 고민을 호소했습니다.

부부의 고민을 듣고는 자녀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부모가 자녀를 한 번씩 업어주고, 가족간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조언하였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부모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발생하였던 학생 문제들을 사례로 하여 우선 정서적인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서로 다른 가정에서 애착 형성이 된 사춘기 학생들이 정서적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과 가정, 학교의 협력이 필요함을 설명하였습니다.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정서적 안정을 이루기 위한 교감과 접촉이 중요함을 해리 할로우(Harry Harlow)의 '철사 엄마-수건 엄마 실험'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를 주는 철사로 만들어진 엄마(철사 엄마)와 우유를 주지 않는 수건으로 만들어진 엄마(수건 엄마) 중에서 우유를 먹을 때만 철사 엄마를 선택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수건 엄마에게 매달려 함께 보냅니다. 또 연구자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자 새끼 원숭이는 단숨에 달려가 수건 엄마에게 매달려 주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의지합니다. 새끼 원숭이에게는 먹이를 주는 딱딱한 철사로 만들어진 엄마보다는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들어진 수건 엄마가 보호자이고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철사 엄마와 수건 엄마의 공간을 분리하여 새끼 원숭이에게 새로운 놀이 기구를 제공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철사 엄마의 공간에서는 놀이 기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정서 불안 상태로 철사 엄마와 떨어진 헝겊 위에 가만히 엎드려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수건 엄마 공간에서는 수건 엄마에게 매달려 일정 시간이 지난 후부터 놀이 기구에 호기심을 보이며 천천히 접근하여 놀이를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들어진 수건 엄마 공간이 새끼 원숭이의 학습의욕을 조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장기의 자녀에게는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철사 엄마보다 정서적인 교감과 접촉을 이룰 수 있는 수건 엄마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아이의 욕구가 불만족인 상태, 애정결핍, 긴장감, 불안감의 표출 행위라면 부모가 지속적으로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할 때 자녀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서로 다른 가정에서 인격을 형성해온 사춘기 학생들이 새로운 가정의 질서를 체득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때 학생들은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을 이루고 학습 의욕은 증대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수건 엄마는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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