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스포츠도 외로운 대구

대구를 잘 나가는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듯하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스포츠조차 요즘은 우리를 외롭게 하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4년 연속 우승할 때 우리는 독주에 의한 프로야구계의 침체를 염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포스트시즌이 되면 남의 잔치만 보면서 쓸쓸한 가을을 맞는 처지가 됐다. 프로축구에서도 대구FC가 시민구단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 2부리그를 오가며 대구시민을 허망하게 하고 있다. 또 겨울이면 제법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프로농구 오리온스도 대구에서 사라진 지 한참 됐다. 세계육상경기대회의 유치와 개최에 도취해 있던 사이에 그들은 줄행랑을 놓아버렸다.

그렇다면 겨울 스포츠대회의 유치는 어떠한가? 겨우내 대구에서는 농구는 물론 배구도 구경할 수 없는 도시가 됐다. 팀이 없으면 대회 유치라도 시도해 봐야 할 것 아닌가. 그렇다고 아마 스포츠 성적은 어떤가? 전국체육대회에서 두 자리 숫자의 성적이 한 자리 숫자로 상승했다고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거나 대책을 논의하는 관료나 전문가들은 귀하기만 하다.

스포츠는 관람을 통해 시민 혹은 국민 단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됨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소외됨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힘도 스포츠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대구는 그러한 기회를 잃고 말았다. 비웃듯이 부르는 TK의 체면이 스포츠에서도 몰락한 신세가 된 것이다.

체육학자 입장에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시민생활의 윤활유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스포츠만 한 게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어쩔 수 없다는 패망감에서 벗어나 행정 당국, 스포츠전문인과 단체, 그리고 언론계에서도 시민들의 응원과 협조를 구하기 전에,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제반 대책들을 논의하고 세우는 과정이 필요한 때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텅 비어 있는 대구스타디움과 그 주변을 스포츠파크로 조성해 활용할 계획은 어떠한지도 묻고 싶다. 오늘날 대구의 외로움을 스포츠를 통해 달랠 수 있는 유용한 대책을 도모하는 것은 헛되고 소모적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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