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동안 연락이 없던 동기가 간만에 안부를 물어왔다. 휴학을 했단다. 마침 나도 휴학을 생각하고 있어서 어찌 지내는지 물었다. "휴학한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지금 휴학하면 나중에 취직할 때 어렵지 않겠냐고,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계획을 말하려다가 그냥 엉엉 울었다." 그냥 좀 쉬면 어때서, 갑자기 서러운 마음에 울컥하더란다. 공부는 공부대로, 알바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느라 바쁘게 살아서 늘 피곤해 보였던 친구였는데, 통화하는 목소리는 들어본 중 가장 밝았다. "그래서 그냥 쉬고 있어. 이제 '욜로'다."
올해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워라밸'과 '욜로' '탕진잼' 등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을 균형을 뜻하는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아무리 고액의 연봉을 주더라도 개인의 생활을 희생하는 직장은 선호할 만한 직장이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의 준말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과 소비를 중시하는 것을 뜻한다. 탕진잼은 가진 돈을 탕진하는 재미를 줄인 말이다.
욜로나 탕진잼은 얼핏 부주의한 소비행태로 보이겠지만, 그리 단순하게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 단어들이 드러내는 현재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봐야 한다. 높은 실업률과 열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불가능해 보이는 계층 상승, 부실한 사회적 구조망 등 모든 것이 부모세대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따라서 큰 것을 성취하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소소한 삶을 지키고 싶은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야망'을 가지라니? 지금은 힘들더라도 참고 '노~력'하면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말도 옛말이다.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작고 소소하게 현재의 행복을 소비한다. 이것이 '탕진잼'이자 '욜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13~29세 청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국가기관(25.4%)이 꼽혔다. 워라밸을 보장하는 공무원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당장 주변만 봐도 재능 있고 똑똑한 또래들이 일찍이 공무원시험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의 청년들은 무언가를 하라고 압박받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압박한다. 스스로 괴롭고 피로하게 한다.
'욜로족'을 선언(?)한 동기는 더 이상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부모에게 '매사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낭비하지 않는 좋은 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신의 현재를 즐길 줄 알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욜로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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