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을 원님이 무사 한 사람을 데리고 민정시찰을 나갔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길이 막히고, 날은 저물고,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지쳐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데 멀리 외딴집에 작은 불빛이 보였습니다. 그곳에는 늙은 노부부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원님이 나타나자 노부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원님을 호위하고 있는 무사는 아무거나 빨리 먹을 것을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원님이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주인 영감이 감홍시를 혀로 핥고 있었습니다. 먼지 뭍은 감홍시가 물에 잘 씻기지 않자 혀로 핥으니 반짝반짝 윤이 났습니다. 원님은 감홍시 껍질이 벗겨지지 않자 워낙 배가 고파 껍질째로 먹어 치웠습니다. 다음에 감자와 옥수수가 나왔습니다. 이것도 꿀맛이었습니다. 다음에 보리밥이 나왔습니다. 원님은 처음 먹어보는 보리밥이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너무 많이 먹어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자 이제는 식곤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주인영감이 씨암탉을 잡아 가지고 왔습니다. 농촌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최고의 대접은 닭을 잡아 바치는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는 보기에도 먹음직했지만 원님은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습니다. 한 점 먹어보니 맛도 없었습니다.
원님은 아까 주인영감이 혀로 핥은 감홍시를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음식은 무엇인고?" "예 모르고 먹는 음식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고?" "예 배고플 때 먹는 음식입니다." 원님은 또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은 무엇인고?" "예 배부를 때 먹는 음식입니다." 원님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농촌에서 가난하게 살고 무식해 보이는 영감이 이렇게 통쾌한 명답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날이 새자 비는 그치고 길이 뚫렸습니다. 원님은 주인영감에게 후한 상을 주고 떠났습니다. 영감님은 이 돈으로 논밭을 사서 잘살았다는 옛날이야기입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맛있게 먹어본 음식은 벼 베기가 한창일 때, 점심시간이 되면 어머니가 이고 오신 들밥이었습니다. 작업복 그대로 황금 들판에 앉아 햇콩이 섞인 햅쌀밥에다 참기름에 달달 볶은 메뚜기 반찬에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켜고, 돌베개를 하고 나무그늘에서 낮잠 한숨 자고 나면 이보다 더한 단잠은 없었습니다.
지금 어느 식당이나 물수건은 기본으로 나옵니다. 이 물수건으로 어떤 사람은 구두도 닦고, 심지어 코를 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뒷정리를 하면서 식탁을 닦는 종업원도 있습니다. 이후 식탁 위에 휴지를 깔고 수저를 놓는 버릇이 생겨났습니다.
필자는 젊을 때 빵공장에 아르바이트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네 쥐들이 이 빵집에 다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가끔 엿 드럼통에 쥐들이 빠져 죽었습니다. 쥐꼬리를 들어 올리면 털이 쏙 빠져 속살만 딸려 나옵니다. 이 빵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구역질이 나옵니다. 세상사 모르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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