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항해사로 북극 바렌츠해 첫 출항
환경 파괴하는 '석유 시추' 반대 활동
지구 온난화로 무너지는 빙하 목격
세계 각국 사람들과 '환경보존' 공유
"쇄빙선 선장이 돼 세계에 드나들며
다양한 환경보호 캠페인 돕고 싶어"
푸른 지구가 중병에 걸려가고 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원 남획, 화석연료 사용, 과잉소비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영향은 기후변화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지구촌 곳곳 생명체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46년 동안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환경 파괴적인 각국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린피스의 국제 활동가가 3명 있다. 대구에 사는 류한범(28) 씨도 이름을 올렸다. 류 씨는 그린피스 쇄빙선을 운항하는 항해사다. 류 씨를 통해 그린피스의 생생한 체험을 들어봤다.
◆"요리사 보조원 봉사 그린피스 인연"
류한범 씨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했다. 대학 4학년 때인 2013년 그린피스 배가 한국에 들어왔다. 활동가들이 원전 위험성을 알리고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자원봉사로 2주간 배 안에서 요리사 보조 역할을 했다. 그린피스는 활동가들의 식사를 돕기 위해 정식 요리사 1명이 승선하고 있다. "예전부터 근무지나 월급을 떠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대학 졸업 후 자동차 운반 상선의 항해사로 3년 6개월가량 근무했다. 한국을 출항해 세계 곳곳 항구를 드나들었다. 하지만 상선 항해사는 급여는 많지만 자신의 삶의 신념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5개월가량 쉬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린피스나 국제 구호단체에 염두를 두었다. 때마침 올해 6월 네덜란드 그린피스 본부에서 국제 활동가로 항해사를 구한다는 모집 공고를 냈다. 류 씨는 곧바로 지원서를 내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바렌츠해 쇄빙선 첫 항해 두근두근"
그린피스에는 세일링선, 쇄빙선, 소방선 등 1천t이 넘는 큰 배가 3척 있다. 그는 쇄빙선에서 항해 계획을 세우는 2등 항해사다. 활동가들이 북극, 남극으로 이동해 캠페인을 벌일 때 목표지점까지 안전한 뱃길을 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목표지점에서는 활동가들과 함께 캠페인도 벌이기도 한다. 첫 출항은 북극 바렌츠해였다. 노르웨이 정부가 석유기업에 시추 허가를 확대해 내주었기 때문이다. 석유 시추는 북극 바다 환경을 파괴할 수 있는 작업이다. 노르웨이 트롬쇠를 출발, 이틀 만에 현지에 도착했다. 활동가들은 고무보트 2대, 카약 4대에 나눠 타고 캠페인을 벌였다. 시추 중단을 요구하는 커다란 지구본을 만들어 바다에 띄우기도 했다. 그는 바렌츠해에 두 차례 출항해 4주간 해상 활동을 했다. 캠페이너들은 노르웨이 해경에 검거돼 벌금형을 받고 보트, 카약은 압수됐다. 그린피스는 석유 시추가 노르웨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노르웨이에 돌아온 뒤에는 2주간 항구 4곳에서 석유 시추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오픈행사를 가졌다. 현재 그는 3개월의 항해를 마치고 3개월의 휴식 기간을 보내고 있다. 12월쯤 다시 쇄빙선 항해에 돌입할 예정이다.
◆"무너지는 북극 빙하 마음 아파요"
그는 예전에 지구온난화를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했다. "지구온난화 직접 피해자인 필리핀 사람이 스토리텔러로 승선했어요. 태풍 피해로 집이 파손되고 가족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난화의 심각성이 와 닿았죠." 그린피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함께 북극을 방문해 얼음 위에서 '북극을 위한 비가' 연주회를 열었다. 그는 애잔한 선율을 타고 북극의 빙하가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심각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현장 속에서의 아픔과 달리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의 꿈은 쇄빙선 선장이 되는 것이다. 안전 운항을 통해 활동가들의 원활한 캠페인을 돕고 싶어서다. "캠페인에 나서면 벌금이나 구속을 각오해야 합니다. 출항 서약을 안 하면 승선을 못합니다." 그는 첫 출항이라 사실 마음이 두려웠다. 그러나 다른 캠페이너처럼 거리낌 없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승선했다. 파도를 뚫고 북극으로 향하는 마음은 오히려 뿌듯했다. 쇄빙선은 배 밑바닥이 평평해 운항 중 흔들림이 크다. 웬만한 활동가들은 거의 모두 뱃멀미를 한다. 북극은 추위와 싸워야 하고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아 시차를 못 느껴 잠을 잘 수 없다.
◆대왕 판다 서식지 보호 등 캠페인
그린피스는 46년 동안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주목할 캠페인으로 세계 최대 대왕 판다 서식지 파괴를 들 수 있다. 중국 쓰촨성 1천300만㎡의 원시림에서 불법 벌목이 확산되면서 대왕 판다 서식지가 위기에 처했다. 그린피스는 2년간 조사 후 실태 발표를 통해 중국 정부의 벌목 규제를 이끌어냈다. 북극 바다에서 대형 글로벌 해산물 기업들의 저층 트롤어업을 중지시킨 활동도 눈에 띄는 활동이었다. 결국 그린피스의 활동으로 맥도날드, 테스코 등이 트롤어업을 중단했다.
또한 그린피스는 치약, 세안제 등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사용 중단을 요구해오고 있다.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 등 몇몇 국가들은 그린피스의 요구대로 일부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 사용의 종말도 선언했다. 폴란드 정부는 유럽 최대 탄광개발 계획이었던 노천 탄광의 승인을 보류했다. 미국에서도 서부해안 석탄 부두 신설을 저지했다. 이탈리아는 2018년까지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이 밖에 그린피스는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제작 과정에 엄청난 양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패스트 패션'에 문제를 제기하고 과잉소비를 줄여나갈 것을 요청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Tip
◆그린피스란=그린피스는 1971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국제 환경단체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일절 받지 않고 개인 후원자와 소수 독립재단의 기부로만 운영되고 있다. 현재 그린피스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에 걸쳐 전 세계 55개국에서 기후에너지, 해양 보호, 삼림 보호, 독성물질 제거, 북극 보호, 건강한 먹거리 등을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그린피스 캠페인은 비폭력적 방식의 직접적 행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 본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