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부겸 장관, 빈손으로 성주 찾아서야 말이 되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사드 보상책과 관련해 성주를 찾았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성주 군민들은 김 장관의 방문에 기대를 걸었다가 아무런 선물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는 크게 실망했다고 하니 '이름난 잔치에 배고픈' 꼴의 전형이다. 대구의 간판 정치인인 김 장관이 왜 빈손으로 와서 욕을 먹은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김 장관은 이날 행안부 실'국'과장은 물론이고, 서주석 국방부 차관,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등을 동행해 외형적으로는 그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 출신의 실세 장관이 사드 보상과 관련 있는 고위 공무원 여러 명을 데리고 왔으니 군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김 장관 일행이 간담회장에서 내놓거나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사드 보상책과 관련한 사업을 하나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지 못했고, 시종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사드를 배치하는 대가로 18개 사업, 1조8천억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김 장관이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킬 여지는 있다"는 말로 성주 군민을 다독거리려 했다니 좀 어이가 없다.

김 장관의 행태, 나아가 정부의 행태를 두고 성주 군민이 화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가 7개월 전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지원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없었던 일처럼 여기고 있으니 누구라도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간담회에 참석한 성주군 노인회장이 "이제 보여주기식 방문은 충분하다. 약속 실현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니 군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임이 틀림없다.

김 장관 같은 명망 있는 정치인이 빈손으로 성주에 간 것은 분명히 경솔한 행동이었다.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들고 가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장관이라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고 관계 부처를 찾아다니며 '성주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설득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김 장관은 대구경북의 대표 정치인답게 성주'김천의 사드 보상책을 해결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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