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A(18) 양은 요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겪는 복통이 수능시험을 칠 때도 찾아올까 봐 걱정돼서다. 복통은 A양이 고3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아랫배가 사르르 아프기 시작하면 화장실에 다녀와야 진정이 됐고, 식사를 한 후에는 화장실로 직행할 정도로 힘겨웠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A양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증상을 조절 중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배가 아프고 변비나 설사를 하는 기능성 질환이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성인 10명 중 1명이 시달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고,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2, 3배 많은 점이 특징이다.
◆3개월 이상 복통과 설사'변비 겪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별다른 이유 없이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또는 식사 후에 복통과 복부 팽만감 등을 느끼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증상이 훨씬 나아진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8~9.6%가 호소하는 흔한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만성적으로 반복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병원을 전전하게 하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관의 운동 이상, 내장 감각 과민성, 중추신경계의 조절 이상, 장관 감염 및 염증,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 반응,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대장 내 세균총의 구성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설사나 변비를 동반한다. 남성은 주로 설사를, 여성은 변비를 겪는 것이 특징. 복통과 복부 불편감은 주로 배꼽 주변에 나타난다. 이 밖에도 속쓰림, 삼킴 곤란, 피로, 집중력 감소,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과 오인하기 쉽다. 두 질환은 만성적으로 설사와 복통이 지속되는 점이 비슷하지만 질환의 원인과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염증성장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만성 설사가 지속되면서 복통과 함께 열이 나고 혈변을 동반한다. 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열이 나거나 혈변을 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야간 설사'다. 밤에 자다가 복통을 느끼고 설사를 한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니라 염증성장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라면 반드시 위'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식이 조절만 해도 60% 이상 증상 호전
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3개월간 한 달에 3회 이상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겪은 경우, 다음의 3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 해당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된다. ▷배변 후 복통이나 불쾌감이 완화된다 ▷복통 등의 증상과 함께 대변을 자주 보거나 드물게 본다 ▷대변이 단단해지거나 묽어지는 경우 등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각각의 증상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우선 복통과 복부 불편감은 위장관을 움직이는 평활근의 연축 운동이나 경련을 진정시키는 진경제로 조절한다. 변비형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배변 횟수를 늘려주는 하제나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고, 설사형은 지사제나 합성아편제, 세로토닌수용체 길항제를 복용한다. 이런 약물에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항우울제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장운동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음식을 파악하고, 미리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이 조절만으로도 최대 67%까지 장 증상을 줄일 수 있다.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배에 가스가 많이 차는 식품은 삼가는 게 낫다.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발효를 일으키는 음식도 줄여야 한다. 콜라, 사이다 등 액상과당이 많은 음료나 배, 망고, 체리, 수박, 아스파라거스, 밀, 보리, 콩류, 꿀, 버섯류 등이 해당한다. 이 밖에도 카페인, 술, 밀가루, 인스턴트 음식, 기름진 음식도 자제하는 게 좋다. 대신 바나나, 오렌지, 딸기, 고구마, 감자, 토마토, 쌀, 유당이 제거된 우유 등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식이 조절은 적어도 한 달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아균종 등을 꾸준히 복용하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투약 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에만 계속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인지행동요법과 역동정신요법, 최면요법, 이완요법, 스트레스 관리법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체력 보충을 이유로 평소 멀리하던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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