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서 처음 느낀 고산병
현란한 은하수·별빛 보기도 어려워
판즈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보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고마워져
우즈벡 대사관서 메르스 확인서 요구
궁합 안 맞는 곳…다른 경로 선택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시작되는 곳
위키백과에 '대통령부터 교통경찰과 말단 공무원까지 철저히 부패한 나라'로 잘못 나와 있고,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해군이 없는 나라. 가장 험준한 나라. 예쁜 여자가 가장 많은 나라 등 여러 가지 별칭이 많은 그 나라 타지키스탄에 들어왔습니다.
만년설에 덮인 파미르와, 그 산들을 뒤덮으려는 솜이불 같은 구름이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줍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꿈꾸어 온 파미르입니다. 정식 명칭은 타지키스탄공화국(Republic of Tadzhikistan)입니다. '타지크족(族)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지도를 펼치고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이 나라의 국경선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답답해집니다.
타이어가 찢어질까 겁이 나는 날카로운 돌투성이의 거친 비포장도로에, 6월 말임에도 기온은 영상 2℃, 눈보라까지 휘몰아쳐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와칸밸리에서, 고산병에 시달리며 힘들게 운전하는데 기름까지 떨어졌습니다. 예비 연료를 넣는 데 다리가 휘청거리더니 급기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기묘한 증세를 경험하였습니다. 해발 4,000m의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고서도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두통과 어지럼증, 안구 통증과 메스꺼움에 시달렸습니다. 하늘에 밀가루를 쏟아부은듯,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듯 현란한 은하수와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고산병 증세였습니다.
◆이 하이웨이는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톈산산맥과 히말라야산맥,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이 바로 여기입니다. 여기를 내 차로 왔다는 사실이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붕도, 담벼락도, 바닥도 모든 게 흙을 빚어 만들어진 고산 오지에도 타이어 수선점은 있었습니다. 펑크 난 타이어를 수선하고 본격적인 카라코럼 하이웨이를 달립니다. 여기서 하이웨이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높은 곳에 있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불쑥 한겨울의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여름이 이런 모습인데, 평균기온 영하 30도라는 1월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1월의 모습을 보려면 최소한 10월 초에는 와야 하며 3월까지는 내려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계곡 양쪽으로 까마득한 바위산에서 여러 갈래 폭포물이 떨어져 내립니다. 바위산 너머에 또 다른 산이 있다는 뜻입니다. 풀 한 포기 없어 황량하지만 정말 장엄하고 대단한 위용의 대자연입니다. 이런 대자연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쉬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미미한 존재가 천 년 전에 험준한 바위산을 깎아 이 도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면 또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됩니다.
◆못 가니까 더 가고 싶은 비운의 나라
타지키스탄은 워낙 산지가 많아 국도가 몇 가닥 되지 않습니다. 서북쪽의 국경으로 입국하면 도로는 M41번 외길입니다. 이 길로 고도 4,600m를 오르내리며 험준한 와칸밸리의 산길 220여㎞ 정도를 달리면 호루그에 다다릅니다. 작고 오래된 도시이지만 국립대학이 있는 실크로드의 터줏대감인 도시입니다.
여기서부터 길은 힌두쿠시 산맥의 협곡과 나란히 이어져 있습니다. 계곡에는 파미르 고원의 눈 녹은 물은 무서운 속도의 급류로 바뀌었고, 이 판즈강이 곧 국경선입니다. 강 건너는 아프가니스탄의 영토입니다. 이 길을 따라 이틀 동안 얼추 서울~부산 거리인 370㎞를 강 건너편의 아프가니스탄을 지켜보며 달렸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이 아프간을 가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가지 말라니까 더 가 보고 싶은 비운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입니다.
1979년부터 7년 동안 고르바초프의 소련군이 침공하여 엄청난 전쟁을 치르고, 2001년부터는 14년간 미국과 혹독한 전쟁을 치르고, 이들이 물러난 지금은 내전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종교전이라는 이름으로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틀 내내 험준한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달리며 왜 그렇게 싸우게 되었을까, 왜 그런 싸움에 말려들었을까, 얼마나 참혹했을까, 전쟁의 공포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 아직도 얼마나 힘들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나라도 있습니다. 이런 나라를 가까이에서 보니까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절실히 고마워졌습니다.
◆두산베에서 겪는 '메르스 소동'
우즈베키스탄 비자 발급을 위해 두산베의 우즈벡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황당하게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메르스 확인서'를 요구합니다. 돈 들여 초청장을 발급받았고, 우즈베키스탄의 어느 호텔에서 머물겠다는 예약확인 때문에 호텔비도 미리 지불했습니다. 19세기도 아니고, 북한에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범죄인도 아닌데….
여행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갔으나 틀어져 버리는 곳도 있고, 처음부터 왠지 꺼림칙하게 여겨져 꺼려지는 곳도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망설임 없이 우즈벡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얻어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서 내 돈 내고 먹고 자고 구경하고 다닐 건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까탈스레 구는지. 무리를 해서 꼭 가야 할 이유도 없는 곳입니다.
우즈벡에서 이란과 터키를 거쳐 남유럽으로 들어가려던 당초의 경로를 크게 변경합니다. 전혀 다른 루트로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 남부로 들어가서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북유럽을 먼저 가기로 합니다.
http://blog.naver.com/feelyo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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