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운석의 수제맥주 이야기] '팔공 페일 에일'은 왜 없나

지역 이름 딴 맥주 브랜드 한때 화제

대부분 생산지와 이름 붙인 곳 달라

타 지역 양조장선 지역맥주 내놓는데

대구도 지역맥주 하나쯤은 있어야

한때 대구에서 달서맥주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시민들 대부분은 대구에서 생산되는 맥주로 알고 있다가 강원도 횡성에 본사를 둔 세븐브로이맥주㈜에서 만든 맥주라는 것을 알고 소비자를 헷갈리게 한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달서맥주뿐만이 아니었다. 강서맥주는 강원도에서, 해운대맥주는 충북에서 만들며 심지어 대동강맥주는 벨기에에서, 강남맥주는 캐나다에서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나면 허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어차피 규제에 묶여 소형 수제맥주양조장으로서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납품할 수 없었기에 관련 면허를 갖고있는 양조장에 위탁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케팅 차원에서 생산지가 다름에도 지역 이름을 따서 맥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반짝 유행이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지역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에 지역 이름을 붙인 것도 제법 많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산골마을인 솔티마을. 승용차 교행도 되지 않은 좁은 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야 하는 산골마을에 뱅크크릭브루잉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벨기에식 맥주이름은 마을이름을 딴 솔티맥주다. 최근에 내놓은 더블IPA(Double IPA)인 솔티8의 부제는 특이하게도 '팔도에 고하노라'이다. 이 브랜드에는 항일의병 류인석 의병장이 항일투쟁을 위해 '팔도에 고하노라'라는 제목의 격문을 발표한 뜻이 담겨있다. 맥주 이름에 의병도시 제천의 스토리를 제대로 입힌 것이다.

부산 기장읍에 있는 아키투브루잉에서 생산하는 맥주이름은 더 특별하다. 여기서 생산하는 바이젠의 이름은 달맞이이고 흑맥주는 부산시어(市魚)인 고등어의 영어표기인 메커럴(mackerel)이며 IPA는 부산시목(市木)인 카멜리아(동백나무)이다. 여기에다 부산 포터(Porter)까지 만들고 있으니 맥주로 부산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강원도 강릉의 버드나무브루어리에서는 오죽헌 대나무에서 따온 '오죽 스타우트'를 생산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데블스도어는 부산 센텀시티점과 스타필드 하남점을 염두에 둔 '해운대 다크'와 '하남 페일 에일'을 출시했다. 부산 광안리에 있는 고릴라 브루잉의 '부산 페일에일'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대전지역에도 이 지역 이름을 딴 맥주가 있다. 프랑스 인이 한밭(大田)의 이름을 따와 빅필드(big field)라는 수제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수제맥주 업체인 크래프트브로스는 지난해 신제품 맥주 이름을 '강남역 222'로 지었다. 222는 강남역번호이다.

세븐브로이에서 새로 내놓은 '전라 에일'은 한술 더 뜬다. 지역 이름을 따왔을 뿐더러 '머더냐~ 언능 잡으랑께♡' '가슴이 뛰어분디 어째쓰까잉♡'이라는 사투리까지 라벨에 적었다. 이러고도 이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전라도 사람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권고다.

그렇다면 이제 대구로 눈을 돌려보자.

'비슬 IPA'는 왜 없을까? '서문 스타우트'는? 항상 붉은 옷을 입고 다녀 홍의장군으로 알려진 망우당 곽재우 의병장을 기념하는 '홍의 레드에일'은 만들 수 없나?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에선 누구나 그의 노래만큼 감미로운 '김광석 바이젠'을 꼭 마셔보도록 할 수는 없을까?

내년부터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수제맥주도 병에 담아 대형마트에 유통시킬 수 있도록 주세법도 개정된다고 하는데….

gyungsang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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