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찌민 엑스포에서 가장 화제로 떠오르는 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개막식에서 영상으로 전달한 축하 메시지다. 이 메시지가 베트남 관계자는 물론, 베트남 일반시민들에게도 며칠째 회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 축하 인사를 영상으로 전달하면서 '한국은 베트남 국민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는 말을 했다.
짧지만 강력한 멘트였다. '마음의 빚'이란 과거 한국의 월남전 파병으로 베트남인들이 겪었을 고통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해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월남전 파병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 적은 있지만 월남전 파병에 대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사과한 것은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애초 문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 참석 후 호찌민에서 열리는 개막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참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 불참으로 엑스포 열기가 반감됐는데, 이 영상 메시지로 개막식 직접 참가를 뛰어넘는 효과가 나온 것이다.
영상 메시지는 개막식 4일 전 경북도와 엑스포조직위원회에 전달됐다. 메시지를 받아든 조직위는 적잖이 당황했다. 한글로 전달된 메시지의 영어와 베트남어 번역이 문제가 됐다. "The Republic of Korea owes Vietnam a debt of grief and sorrow." 직역하면 "비탄과 유감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표현이 너무 무거웠다.
베트남 관계자들도 "정상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너무 무겁다"며 오히려 베트남 측이 새로운 표현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조직위와 베트남 정부는 머리를 맞댔다. 엑스포는 화합과 평화, 우정의 무대인데, 진심을 담은 내용을 부드럽게 베트남인들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두고 양측이 고민을 거듭했다.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The Korea still feels a heavy heart about past sorrows experienced by Vietnamese people'(한국은 베트남 국민들이 겪은 과거의 슬픔에 대해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이었다. 이런 내용을 베트남 측에서 제안했고, 베트남은 '마음의 빚'과 가장 유사한 '양심의 빚'으로 스스로 번역을 했다.
그래서 개막식 자막에 이대로 전달된 것이다. 한국 정상의 뜻깊은 배려에 베트남 측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베트남 측은 비공식으로 "한국 정부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을 조직위 측에 수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시지는 호찌민 관영방송인 H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호찌민시도 베트남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 메시지를 전달받고 화합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후일담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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