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추석대목장날(10)

-난전 옆, 만물상 방물점(方物店)에서

인자사 장터 안으로 들어서는데

먼저 또 난전(亂廛)으로 필치 놓은

잡화점을 만낸다

일투로 말하마 방물점도 되고

오망가지 물거이 다 있는 만물상인 기라

수세미, 동백지름, 동동구리무, 때수군

연탄집게, 손거울, 연지, 어리빗, 챔빗

실팻구리, 바늘쌈, 조오로 맨든 당새기

골미, 쥐약, 나후따링좀약, 사자표 가리치약

모구약 치는 후마키라뽐뿌, 색실, 작은 경대

모시실, 족집게, 백분가리, 가시게, 삽짝에 매다는

요롱, 자, 십자수 놓는 색실이나 수틀 겉은

자수 재료, 쥐틀, 파래이 잡는 천장에 매다는

끙끄이꺼정 없는 기 없다

-여게 지집아아들 머리에 꽂는 삔침 여나문 개만 주소

-보이소, 등더리 긁는 쪼막손 있이마 하나마 주이소 울할매 갖다 디리구로

-아재씨예, 양발 묶우는 끄네끼 하구로 고무뎁뽀 두 개만 주이소

-물사분 반 도오만,

-요게 파래이 잡는 끙끄이로, 천자아 매다는 거로 하나 주이소

-우리 아재비 디리구로 동곳 갖다놓은 거 있능교?

-수세미 하나 하고 때수군 있이마……

(시집 2집 대구의 장터 풍물편 『추석대목장날』 오성문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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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투로 말하마: 이를테면

*방물점: 여인들의 잡화를 파는 가게

*오망가지: 오만가지

*때수군: 때수건

*어리빗: 얼레빗. 빗살이 성근 빗

*챔빗: 참빗. 빗살의 틈새가 아주 촘촘한 빗

*조오로 맨든 당새기: 종이로 만든 상자

*골미: 골무

*가리치약: 가루치약

*후마키라뽐뿌: 지금부터 70~80년 전에는 모기약으로 일본 후마키라사의 모기약을 최고로 쳤다.

*가시게: 가위

*요롱: 요령(搖鈴). 방울

*십자수: 자수(刺繡)를 뜨는 한 방식

*파래이: 파리

*천장에 매다는 끙끄이: 천장에 매다는 끈끈이

*삔침: 머리핀

*끄네끼: 끈

*고무뎁뽀: 고무줄의 일본식 표기. 그 시절에는 생활 속에 이런 식의 일본식 표기가 많았으나 전혀 왜색(倭色)으로 느껴지지 않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동곳: 옛날 남자가 상투를 틀 때 그 모양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던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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