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구가 자랑스럽고, 250만 대구시민이 존경스럽다. 대구시민들이 1907년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여 나랏빚을 대신 갚고자 세계 최초로 벌였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또한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새롭게 가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더욱더 그렇다.
이번 유네스코의 결정으로 대구는 세계 대표 문화예술도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유네스코는 교육과 과학, 그리고 문화 등 지적 활동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을 촉진해오고 있는 유엔 전문기구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을 통하여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글로벌 도시를 선정하고 서로 간의 교류 협력을 지원하며, 나아가 인류의 발전적 미래상을 함께 구현하겠다는 국제적 사명을 제시해오고 있다.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학, 영화, 음악, 민속예술, 디자인아트,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이번에 44개국 64개 도시가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이 정해짐에 따라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는 72개국 180개 도시로 늘었다. 대구는 그중 음악 분야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
대구가 음악창의도시라는 이름을 내걸게 된 데는 우선 풍부한 음악적 자산에서 바탕을 찾을 수 있다. 대구는 조선시대 영남 소리대전에서 이어져 오는 판소리, 고산농요, 날뫼북춤 등 무형문화재인 전통음악이 오늘날까지 잘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박태준과 현제명 등 근대음악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이들이 보여주듯 한국 서양음악 발전의 토대가 된 지역이다. 아울러 아시아 최대 규모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글로벌 음악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음악창의도시 가입 결정으로 대구는 앞서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플라멩코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발원지로 유명한 스페인의 세비야, 그리고 볼로냐 재즈 페스티벌 등 유명 음악행사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 못지않은 음악도시임을 당당하게 인정받았다.
유네스코발(發) 낭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된 것이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나랏빚을 늘려 식민지화를 꾀할 때,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나랏빚을 갚자고 나선 최초의 근대 시민운동이며 국민이 국민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 국민되기운동이다. 대구의 서상돈, 김광제 등이 앞장서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참여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던 바로 그 운동이다. 이 운동은 제국주의의 악성부채에 허덕이던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일어난 외채상환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음악창의도시 가입이 대구의 음악적 자산과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라면,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대구의 정신문화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국채보상운동 정신은 현재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금모으기운동'으로 승화된 바 있으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국가에서 새로운 경제회복 모델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연이어 전해진 소식들로 대구시는 물론 유관기관, 수많은 문화예술인, 250만 시민들은 서로 축하하고 앞으로 우리 도시가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근거 있는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많다. 음악창의도시 간 네트워크 구축, 다양한 파트너십을 이루는 일, 나아가 인류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시민들이 합심해야 할 일이다. 대구시민의 구국정신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 도시의 위상 제고 사업에 모두가 동참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도시 대구의 새로운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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