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보수통합 보는 삐딱한 시각?

지난 13일, 되돌아온 국회의원들에 대한 복당 절차를 두고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았던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가 예상 외로 조용히 끝나자, '보수통합'의 결기가 갈등을 밀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화합' '단합' 등 단어를 써가며 보수통합의 분위기를 다잡았다.

일단 바른정당 통합파의 순조로운(?) 한국당 복당으로 한국당식 보수통합에는 시동이 걸린 듯하다. 늘푸른한국당과의 통합설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보수층 결집까지 이어지면서 무너지고, 갈라졌던 보수진영이 한국당 우산 아래로 뭉치는 모양새다.

그러나 보수의 '붕괴'를 지켜봤던 기자는 한국당 주도의 이런 보수통합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는 않다. 심드렁한 데는 통합을 떠받칠 중요한 뼈대가 빠져서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부터 보자.

이들은 복당의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폭주 차단을 내세웠다. "과거를 묻고 따지기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위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로 시간을 돌렸을 때 참으로 민망해진다.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막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개혁 보수'를 토대로 '진짜 보수'가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걷겠다고 약속했었다.

복귀까지 286일. 달라진 건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명패를 바꿔달았다는 것,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이 전부다. 차라리 지지율 반등 없는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고 왔다고 했다면 솔직하다는 소리라도 들었을 것인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좇는 '적폐'로의 회군일 뿐"이라는 여권의 비판은 정확한 진단일지.

MB 껴안기도 그저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폐청산'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MB와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려는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친박청산'을 외치며 구체제와의 단절, 그러면서 개혁을 외쳤던 한국당이 'MB 방탄막이' 정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 역시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덩치는 키웠으나 '성찰'과 '반성'이 빠졌기에 국민 반응은 싸늘하다. 내부 권력 다툼이라는 시한폭탄마저 잉태하고 있으니 한국당식 보수통합의 실현 여부도 미지수다.

'그라운드 제로'(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또는 피폭 중심지를 일컫는 군사 용어)에서의 재건은 잔재에 덧대는 게 아니라 부수고 허문 뒤 신념과 철학, 가치관을 담아 쌓아 올려야 튼튼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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