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E동. 낡은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건물 유리창 일부는 뜯겨 나갔고 아예 창틀이 45도쯤 구부러져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이 나뒹굴었고 부서진 보도블록 조각도 눈에 띄었다. 15일 포항을 덮친 규모 5.4 지진의 상흔이었다. 포항시 북쪽에 위치한 흥해읍은 진앙과 멀지 않아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다.
아파트 입구 두 곳에서는 경찰과 의용소방대가 '붕괴 위험'이라고 쓴 표지판과 함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짐을 찾으러 온 일부 주민들만 발을 동동 굴렀다. 경찰은 논의 끝에 짐을 찾으러 온 주민들에 한해 안전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대동하고 건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은 두 손 가득 이불과 옷가지를 낑낑대며 들고 나왔다. 커다란 가족사진을 힘겹게 들고 나온 한 할머니는 "온 가족이 다 담겨 있는 소중한 사진이어서 차마 놔두고 올 수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인근 상가에서 치킨집을 하는 이정희(56) 씨는 "우리 가게 맞은편 건물도 외벽과 간판이 다 떨어져 나가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는데, 저곳은 정말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현장조사를 나온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지진공학회 공동조사팀 관계자는 "실제로 기울었는지, 또 왜 기울었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파악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지반이 기울었다기보다는 낮은 층의 외벽이 허물어지면서 건물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는 현실적으로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전문제도 고려해 아예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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