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울진 주민들은 이틀 동안 휴대폰 문자를 확인할 때마다 놀란 가슴을 달래야 했다. 요란하게 울리는 재난문자 경고음은 마치 피난을 재촉하는 채찍질 같다. 경고음이 울리면 원전 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최고 5.4 규모에서 점점 떨어지는 강도이지만, 무심코 뛰는 가슴은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는다.
현재 경주 및 울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월성원전 6기, 한울원전 6기 등 모두 12기. 여기에 내년부터 신한울원전 2호기의 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들의 내진설계는 월성'한울원전 경우 약 6.5 규모, 신한울원전은 약 7.0 규모를 견딜 수 있게 지어졌다. 이번 지진이 내진설계에 적잖이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단순한 수치만으로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흔들리는 담장과 파르르 떨리는 창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진이 날 때마다 원전 가동에는 이상이 없다는 연락도 함께 오지만,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울진군 북면 한 주민은 "지진에 흔들리는 땅도 무섭지만 혹시나 원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루 종일 연락 오는 친지들의 질문도 모두 '원전은 괜찮으냐'는 염려"라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한수원에서 다들 괜찮다고 하니 그냥 믿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도 추가 보강이나 대피물품 등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포항 지진 진앙과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은 수명을 연장한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가 있는 곳이다. 원전뿐만 아니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주 양북면 한 주민은 "폐쇄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당장 걷어갔으면 한다. 지난해에 불안증세로 불면증까지 시달렸는데 이렇게 되면 원전 피해가 있기 전에 스트레스로 수명이 다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전이 없는 포항과 영덕주민들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경주 월성원전과 울진 한울원전 사이에 낀 샌드위치 위험지역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돌았던 웃지 못할 농담거리이기도 하다.
영덕의 한 주민은 "지진이 포항에서 나든 경주에서 나든 동해안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원전 소재 지역이야 대응 매뉴얼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여기는 말 그대로 무방비 아니냐"고 토로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