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기자의 이슈 털기]<44>-'외로운 늑대' 유승민, '왔다리 갔다리' 주호영

다시 갈라선 대구의 두 4선 의원

지난해 19대 총선 전에 수성구의 한 고급식당에서 동화사 주지 스님을 비롯해 유승민, 주호영 의원(이하 직책 생략)을 만난 기억이 떠오른다. 맞은 편 방에서 다른 일행들과 자리를 했던 기자는 '불청객'으로 그 방에 인사하러 갔다 30여 분 정도 앉아있다 나왔다. 술잔이 오고가는 자리에서 주호영은 유승민에게 "형님!"이라 불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주호영은 대구 발전 나아가 나라의 정치가 바로서도록 유승민이 중심이 잡아달라는 응원의 건배사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둘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의기투합의 동력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유승민은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실정과 친박 중심의 패거리 정치를 강하게 성토했다. '잘못된 공천'이라는 분위기 속에 둘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역구를 4번째 수성했다. 대구에 무소속인 4선 의원이 둘이나 탄생한 것이다. 총선이 끝난 후에 복당한 유승민은 '대구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새누리당을 쇄신해보려 했지만, 친박의 결사반대에 부딪쳐 결국 당을 뛰쳐나와 보수의 새 길을 찾고자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주호영도 '대구의 형님'(유승민)과 한 배를 탔다.

얼마 전 '호형호제'(呼兄呼弟) 둘은 결별했다. 주호영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파'에 몸을 담아 원내대표직까지 버리고 바른정당에서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자강파'의 대부였던 유승민은 이 당을 창당한 책임감으로 당 대표직에 맡게 됐다. 둘의 우정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정답은 "내 살 길은 내가 찾아간다."

1년 8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돌이켜보면 정치적 태풍(박근혜 탄핵, 보수 궤멸 등)이 지나갔다. 둘의 '잘못된 우정'(?) 때문에 대구의 정치적 위상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지역 금배지는 모두 초'재선 의원이다. 4선 주호영이 복당했지만 철새가 된 입장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3선의 조원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피끊는 의리 때문에 원내 단 1석이 대한애국당을 창당해, 진정성은 있지만 다소 시류와 동떨어진 투쟁에 전념하고 있다. 사실상 '보수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는 중앙정치에서 '꼴통 변방' 취급을 받고 있다.

유승민은 사실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며, 이론적으로 새 보수의 방향을 잘 잡았다. 새 지평을 열고자하는 의지도 충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질타했듯, 덕(德)이 부족했던 탓일까. 60대 이상의 대구경북민들의 마음에서 멀어졌고, 새 보수의 터전인 '바른정당'의 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이 좋지 않은 성과를 낼 것은 불보듯 뻔하다.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며, 입바른 소리를 하며 사자가 되고자 했던 유승민의 현 신세는 '외로운 늑대'.

대구 능인고를 졸업하고, 불교계에서 큰 지지를 받아 4선까지 버텨온 주호영은 한마디로 '왔다리 갔다리' 보따리 장수 신세다. 재선 때 친이(이명박)계로 몸을 던져, 인수위 대변인'특임장관'정권실세로 잘 나갔다. 3선 도전 때도 조계종의 전폭적인 지지로 공천을 받고 당선됐으며, 박근혜 정권에서도 중량감있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공천탈락' 했지만 무소속으로 4선 도전에 성공했다. 유승민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옮겼다, 다시 '자유한국당'의 품에 안긴 주호영. 대구의 정치호사가들은 '주호영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며 조롱한다.

대구의 두 4선 의원의 현 신세가 안타까움을 넘어 처량하기까지 하다. 둘의 정치행보는 고향 대구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개인 정치사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외로운 늑대'가 앞으로 닥칠 험로를 어떻게 타파할 지, '왔다리 갔다리' 주호영은 또 어떤 변신을 할 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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