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확한 지진 대응 요령이 생존 좌우한다

규모 5.4의 포항 지진으로 17일 기준 모두 7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의식불명의 중상자가 있으나 아직까지 큰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닥칠 경우 지금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평소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인명 피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6월 경주 지진을 계기로 긴급 대피 요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다. 구급약품과 비상식량, 라디오 등을 갖춘 '생존가방'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점에서 지진 등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 등 방재 매뉴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매뉴얼의 존재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대로 요령을 알고 있는지 점검하고 대응 방법을 반드시 몸에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지진에서 한동대 재학생 4천 명이 단 1명의 부상자도 없이 10분 만에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한 것도 반복된 재난 대비 훈련 덕이다.

하지만 막상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의 대응 행동을 보면 얼마나 미숙하고 또한 지진에 대해 무지한가를 보여준다. 이번 포항 지진 때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데도 밖으로 뛰쳐나가다 건물 외벽 낙하물에 맞는 등 큰 위험에 처한 사례도 목격됐다. '진동이 계속되면 실내 안전한 곳에 몸을 피하고 진동이 완전히 멈춘 후 밖으로 대피한다'는 기초적인 사항조차 모르고 성급하게 행동하다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다.

일본의 경우 국민 모두가 재난 시 행동 요령을 정확하게 숙지하는 등 우리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유치원과 학교, 회사 등 어디서든 정기적으로 재난 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지진 등 방재 매뉴얼도 철저하다. 노란색 표지에 340쪽에 달하는 '도쿄방재' 책자에는 비상시 대피 요령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심지어 한글판도 제작'배포한다. 이 매뉴얼에는 피난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 등 상황별 지침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는 점도 거듭 주지시킨다.

반면 우리의 지진 매뉴얼은 유명무실하고, 지진 행동 요령은 수박 겉 핥기식이다. 한반도에 위급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외국 언론이 "한국은 너무 태평하다"며 비웃는 이유다. 지진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린다. 반사적으로 행동할 만큼 매뉴얼을 정확히 익혀 나가야 한다. 그게 재난에서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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