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가 중이던 경찰에 붙잡힌 금팔찌 도둑

금은방 주인 소리치자 달려가, 범인 200m도 못가 양팔 잡혀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이 마침 쇼핑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오후 5시쯤 대구 중구 교동 귀금속거리의 한 금은방에서 '도둑이야!'라는 다급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금팔찌를 찬 20대 남성이 금은방을 나와 급히 달아났고, 30대 여성인 금은방 주인도 범인을 따라나섰다. 주인이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쫓아갔지만 건장한 남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대낮의 추격전은 머지않아 끝났다. 범인 A(22) 씨는 200m도 채 못 가 갑작스레 나타난 한 커플에 제압됐다. '도둑이야!' 소리를 듣고 맞은편에서 기다리던 남녀에게 팔을 붙잡혀 넘어진 것이다. A씨는 수차례 뿌리치고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양팔을 붙잡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건장한 체격의 커플은 인근 상인들과 함께 A씨를 경찰에 넘겼고, 순금 20돈으로 만든 400만원 상당의 금팔찌는 금은방 주인에게 돌려줬다.

금은방 주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범인이 금팔찌를 착용해 볼 수 있겠냐고 물은 뒤 손목에 차자마자 도망쳤다"며 "처음 겪는 일이라 놀랐는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 너무 고맙다"고 인사했다.

사건 해결의 공신은 대구지방경찰청 제9기동제대 소속 이지영 경장과 남자친구 김도형(30'자영업) 씨다. 유도 2단, 합기도 1단인 이 경장은 휴가를 맞아 우연히 골목을 지나다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 입장에서는 지독히 운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경장은 "다음 달 결혼을 준비하느라 남자친구와 귀금속 골목에 갔는데 금은방 주인의 긴박한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범인이 뛰어가길래 곧장 달려가 낚아챘다"며 웃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이 경장 커플에게는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직인 A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네다바이(구매하는 것처럼 속여 금품을 갈취)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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