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4의 강진은 땅바닥과 건물뿐 아니라 포항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힘없이 무너진 담장처럼 아득한 좌절감으로 주저앉았고, 갈라진 땅바닥처럼 아픔으로 찢어졌다.
17일 현재 지진 피해 이재민 1천700여 명은 흥해실내체육관 등 답답한 실내에 갇혀 집에 돌아갈 날만 손꼽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희망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을 위해 건축사협회 등 전국에서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
포항시에 따르면, 건축 전문가 55명이 18개 반으로 나눠 장량동 다가구주택 등을 중심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그러나 공식 접수된 주택 피해만 무려 1천90건(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1천161건). 다시 들어가 살 만한지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점검 시간이 만만찮다.
다친 마음을 보듬는 일도 시작해야 한다. 지진으로 생긴 정신적 트라우마와 대피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 진단을 위해 현재 포항시는 보건소 인력을 총동원해 치료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특별 관리하에 심리치료도 이어갈 예정이다.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채모(13) 양은 "발 구르는 소리 등 조금만 큰 소리가 들려도 깜짝깜짝 놀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급격히 얼어붙은 상권도 문제다. 진앙인 흥해 지역은 현재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피해 복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동네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과메기와 대게 철을 맞아 관광객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어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진 탓에 외부인의 발걸음이 뚝 끊기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포항 죽도시장 상인 손모(36) 씨는 "지금 손님이 뚝 끊겼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럴까 봐 걱정이다. 지난해 9월 지진으로 경주의 관광객이 반 토막 난 것처럼 포항도 그렇게 될까 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숨지었다.
하지만 다행히 포항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해병대와 철강공단 등 같은 포항의 식구들이다. 이들 장병들과 근로자들은 업무를 멈추고 지역 현장에 투입돼 각자의 특기를 살려 안전진단과 파손물 정리 등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경주와 영덕, 울진 등 이웃들도 장비를 보내고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 조금씩 정성을 보탰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집계된 자원봉사자는 약 2천 명. 성금 역시 20억원을 넘어섰다. 포항 사람들의 상처를 살피고 아픔을 돌보려는 구호물품과 정성들이 전국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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