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이후 지층 '액상화' 현상이 처음 발견됐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물을 머금고 있는 연약 지반이 지진에 한순간 물처럼 변한다. 뻘과 모래가 많은 포항 지역 특성상 이번 지진이 도심에서 발생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에 철저한 원인규명을 바탕으로, 액상화 우려 지역을 찾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이후 북구 흥해읍 진앙 근처 논에서 물과 흙이 솟아오른 현상을 확인한 부산대 손문 교수팀은 "이것은 100% 액상화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진에 의한 액상화는 한국에선 근대화 이후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조선시대 등 과거 한반도에 이런 액상화 현상을 기록한 부분이 있고, 학자들도 이와 관련된 주장을 해왔다고 손 교수는 강조했다. 손 교수는 "1643년 경주 지진이 났는데 '땅에서 물이 솟구치고 흙이 올랐다'는 실록 기록들이 있다. 이건 액상화 기록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큰 강 근처 등 연약 지반 주변에서 큰 지진이 나면 액상화가 굉장히 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했다.
액상화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물을 머금고 있는 모래질 퇴적층이 지진으로 흔들리게 될 경우 모래 사이에 있는 수압이 증가해 물이 빠져나간다. 이때 밀착해 있던 모래 등의 마찰력과 접착력이 떨어지면서 순간 지층 자체가 물과 비슷한 성질로 변해버린다. 모래와 분리된 물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분출될 곳, 즉 지표로 올라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모래나 뻘이 딸려 올라오며 '펑' 터진다. 손 교수는 "액상화가 우려되는 지역이 도심이고, 그 위에 아파트들이 많다면 끔찍한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지반이 솟거나 내려앉으면서 기울어지는 아파트가 많을 것이고, 견디지 못한 아파트는 붕괴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포항도 지반이 약해서 액상화가 일어날 환경인 것 같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 교수는 또 "아직 액상화의 등급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층에서 얼마만큼의 강도로 나왔는지 조사하고 있다. 적어도 두 달 이상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은 자료를 모으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8일 진앙 주변 지표지질 조사를 진행해 액상화 현상 때 발견되는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와 머드 볼케이노(진흙 분출구) 30여 개를 확인했으며, 기상청도 19일 실제 액상화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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