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남구 한 주택가. 200m가 채 되지 않는 골목 양쪽에 20채 가까운 다세대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가운데 16곳은 1층을 기둥과 내력벽 등으로 개방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졌다. 200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는 한 다세대주택은 1층에 차량 7, 8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면이 있는데 얇은 기둥 4개가 3개 층을 떠받치고 있었다. 게다가 기둥이 건물 모서리쪽보다 2m가량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다.
포항 지진 이후 대구에서도 필로티 건축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구는 2015년 기준 도시형 생활주택 95%가 필로티 구조로 지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비중은 부산(9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 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2009년 5월부터 시행된 주거 형태로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등이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뿐만 아니라 대구 시내 다세대주택 5만3천98가구 중 상당수도 필로티 구조다. 건축업계는 최근 지어진 다세대주택 가운데 90% 정도가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추산한다. 필로티 구조는 좁은 면적에도 지상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2000년대 이후 지어진 대부분의 다세대주택들에 활용됐다.
문제는 외부 충격이 1층 기둥에 모여 다른 건물보다 붕괴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포항 지진 당시 필로티 건물의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최근 포항 지진에서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주택 1층 기둥이 휘어진 모습을 보고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모(64'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지금 사는 빌라 1층 기둥은 한눈에도 얇아 보여 포항 정도 규모의 지진이 온다면 폭삭 무너질 것 같아 무섭다"며 "당장 단독주택 2층으로 이사가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지어진 필로티 건물에 대한 점검과 안전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을 제대로 했다면 필로티 건물이라도 외부 충격에 충분히 견딜 수 있지만 사실상 부실시공된 기둥이 많을 것"이라며 "기둥과 기둥 사이에 경사 기둥을 설치하는 등 필로티 건물에 대한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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