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집 없는 떠돌이 생활이 이렇게 서럽네요."
19일 오전 이재민 대피소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은 아침부터 부산했다. 바깥 날씨는 영하 1.4℃를 기록하며 얼음까지 얼 정도로 매서웠다. 옷가지를 넣고 모포를 꾸리는 이모(43) 씨의 입에서도 입김에 섞여 한숨이 새어나온다. 평소 같으면 그저 즐겁기만 했을 어린 딸의 머리를 빗기는 일도 고단할 지경이다. 이 씨 가족은 이날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새 대피소를 찾아 인근 흥해공고로 이동했다. 이 씨는 "날은 춥고 아이는 자꾸 보채는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막막하다"며 "어제는 무심코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너무 미안하고 답답해 계속 한숨만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재민 800여 명은 이날 닷새째 머물던 흥해실내체육관을 떠나 흥해공고와 남산초교로 분산됐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그동안 더러워졌던 체육관을 정비하고 소독하기 위해서다. 이틀 정도 임시 거처에서 보낸 후 이재민들은 다시 체육관으로 옮겨야 한다. 당장 체육관 만한 시설을 갖춘 수용소가 없는 탓이다.
포항시는 안전진단 및 이주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이재민들이 상당기간 머물 것으로 보고, 아예 사생활 보호를 위한 텐트나 칸막이, 탈의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8곳에 흩어진 대피소를 6곳(대도중'환호여중 축소)으로 통합하고, 바닥에 온열매트도 깔기로 했다. 장기 구호에 대비한 급식지원 단체도 추가로 찾고 있는 중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 직격탄을 맞은 대성아파트와 원룸 2곳은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대성아파트 260가구를 포함해 도합 300가구가량의 주민들이 철거 후 신축 및 보수 등으로 1, 2년간은 갈 곳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와 포항시는 LH 협조하에 당장 160가구 정도를 수용할 주택을 마련했다. 이후 약간의 보수가 필요한 추가 주택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재민들을 모두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재민들의 건강 관리이다. 18일부터 영하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불편한 잠자리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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