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년의 생명을 품은 성주] <5> 태실의 역사적 의의와 세계 장태문화

세계유산 등재 가치 있다

성주군은 지난 5월 성주군 월항면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생명 선포식을 열었다. 성주군 제공
성주군은 지난 5월 성주군 월항면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생명 선포식을 열었다. 성주군 제공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자 태실은 전국 최대의 태실 유적지이다. 성주는 '세계 생명문화의 수도'를 자처하고 있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에는 세종의 장자 문종(文宗)을 제외한 모든 왕자의 태실과 단종이 원손으로 있을 때 조성한 태실 등 모두 19기가 있다. 전국 어느 지역에도 왕의 태실이 3군데나 있으며 태실이 대규모로 조성된 곳은 없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태실 가운데 한국에서 왕자 태실이 군집을 이룬 유일한 곳이다.

◆세종대왕자 태실의 역사적 의의

생명과 탯줄은 한국 문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문명에서 고루 발견되고 있다. 태실은 문화적 상징성을 넘어 구체적 유산으로 전승돼 왔다. 생명의 시작은 태실, 생명의 종착점은 능묘라는 순환적 내세관을 통해 조성됐다.

그래서 태실은 고대, 중세, 근대를 지나 현재에도 살아있는 전통이다. 우리나라에서 태를 봉안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의 김유신 장태(藏胎)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고려 왕실에서 '태 봉안 양식'(胎奉安樣式)이 성립된 후 조선시대까지 그 맥락이 이어진 오랜 전통을 가진 것으로, 태봉에 태를 봉안하기 위한 석물의 구성은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졌던 독특하고 독자적인 문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종대왕자 태실은 왕과 태자에 대한 태실만을 조성하던 고려시대의 태 봉안 양식이 변화되어 왕과 왕비, 그리고 그 자녀의 태실을 조성하기 시작한 조선시대 최초의 왕자 태실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세종대왕자 태실은 우리나라에서 왕자 태실이 완전하게 군집(群集)을 이룬 유일한 곳으로,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왕조 교체와 함께 왕실의 태실 조성 방식의 변화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세종대왕자 태실이 없어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부터 1929년까지 일본이 관리의 편의라는 이유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태실을 한곳(서삼릉 경역 내)으로 모을 것으로 요구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던 왕의 태실 22위와 세자, 대군, 공주의 태실 32위 등 총 54위의 태실을 파헤쳐 서삼릉 경역 내에 태실을 조성했다. 일본은 태실이 옮겨간 자리에 남아 있던 태실 석물 등을 방치해, 문화유산의 원형을 파괴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일본은 세종대왕자 태실도 옮길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 성주군 월항면장 도문희 씨 등의 노력으로 보존돼 지금까지 현재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다.

세종대왕자 태실은 군집을 이룬 최대의 문화유산이다. 국내 대부분의 태실은 1기가 한 곳에 조성돼 있어 집단적인 군집을 이룬 유일한 예이다. 세종의 애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세종대왕자 태실은 동일한 방식의 태실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고, 태실 구조 및 출토 유물 등이 조선 초기 태실문화 연구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세종대왕자 태실은 세계유산 등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유산 등재는 당연한 것이다. 성주군은 앞으로 세종대왕자 태실의 기초적인 학술 연구와 가치 규명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성과를 집적할 예정이다. 또 세종대왕자 태실 주변의 원형을 회복하고, 태실 출토 유물을 더욱 자세히 조사 및 수집할 방침이다. 더불어 태실을 이용한 대표적인 출산문화 형태를 적극 홍보하고, 태실 수호 사찰인 선석사의 역할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의 다양한 장태문화

탄생과 죽음은 인류의 보편적 숙명이자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세계 장태문화의 다양성은 지구 상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문화집단의 다양성만큼이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셀레베스(Celebes)섬 파리기(Parigi)족은 태반을 신생아의 형으로 간주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흰 천으로 감싼 항아리에 태반을 조심스럽게 담아 산모의 사롱(sarong'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의 남녀들이 입는 치마 모양의 하의) 밑에 숨겨둔다. 그 후 산모가 이 항아리를 땅에 묻고 기념의 의미로 그 위에 야자수를 심는다. 이 의례를 수행하는 동안 산모는 눈을 꼭 감은 채 다른 여성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이유는 이때 신생아가 태반을 매개로 산모와 공감주술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산모가 옆으로 눈을 돌리면 신생아의 눈이 사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모가 이 의례를 마치고 돌아오면 몸에 물이 뿌려지고 이것으로 산모와 신생아 사이의 모든 공감주술적 연결이 끊어진다고 믿는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태반을 훼누아(whenua)라고 부르는데, 이는 땅을 뜻한다. 태반과 피토(pito'탯줄)를 부족의 땅을 뜻하는 마래(marae)에 묻는다. 이는 출산 후에 태반을 파파투아누크, 즉 대지의 어머니에게로 돌려보내는 것이 대지와 신생아 사이의 성스러우면서도 영적이며 상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동아프리카 스와힐리(Swahili)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태반과 탯줄을 마당에 묻고 표식을 해둔다. 7일이 지난 후 아기의 머리카락을 삭발하고 손톱'발톱을 깎은 다음 태반이 묻힌 장소에 함께 묻는다. 그런 뒤 그 위에 코코야자 나무의 씨앗을 심는다.

아프리카의 부간다(Buganda) 왕국은 태반을 신생아의 쌍둥이 혹은 제2의 자아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태반 자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태반의 영혼이 신생아에게 연결된 탯줄 부분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신생아가 건강하려면 그것을 조심스럽게 보관해야 한다. 산모는 태반을 바나나 잎으로 싸서 야자수 뿌리 옆에 묻는다.

신생아가 남아인 경우 열매로 술을 빚는 종류의 야자수를 고르고, 여아인 경우 열매 자체를 먹는 종류의 야자수를 선택한다. 그렇게 심어진 야자수는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신성시되고 오직 신생아의 부계 친할머니만 그 나무에 접근할 수 있다. 나무가 성장해서 열매를 맺으면 아이의 할머니가 나무를 베고, 부계 친지들만 초대한 신성한 연회를 열어 수확한 열매 혹은 그 열매로 빚은 술을 대접한다. 이 연회가 끝나면 아이의 아버지는 곧바로 아이의 엄마인 부인과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의 영혼이 생모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린다고 믿는다. 한편 왕국에서는 왕자가 성장해서 왕이 되면 그의 태반은 왕국에서 두 번째 서열 관료인 킴부그웨(Kimbugwe)가 맡아서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이 관료는 삭발한 머리와 면도한 얼굴이 특징인데, 고대 이집트의 관습과 닮았다.

중국은 아기가 장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태반을 하늘과 달의 상서로운 기운이 돌 때를 택하여 길한 장소에 조심스럽게 매장을 하고 그 위에 흙무더기를 쌓아 둔다. 만약 돼지나 개가 그것을 먹어버리면 아기는 총기를 잃고, 벌레나 개미가 먹으면 아기가 급사한다고 믿고 있다. 만약 그것을 불에 던져 넣으면 아기는 고질적인 종기를 앓는다고 믿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