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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의 과학으로 보는 동계올림픽] <4> 피겨스케이팅의 과학

4. 피겨스케이팅의 과학

피겨스케이팅은 얼음판 위를 활주하며 여러 가지 동작으로 기술의 정확성과 율동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종목이다. 난도가 높은 기술을 얼음 위에서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적 감각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피겨스케이팅의 90%가 회전인 만큼 피겨화는 원심력을 잘 견디도록 설계됐다. 앞부분이 둥글고 뒷부분은 평평하며 회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얼음에 접하는 양끝도 위로 휘어져 있다. 앞날은 톱니모양으로 얼음과의 마찰력을 키워 높은 점프와 체공시간을 증가시켜 회전수의 증가에 의한 트리플 점프와 같은 멋진 경기를 연출할 수 있게 한다.

스핀은 피겨스케이팅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기술로 하나의 스케이트 날로 온몸의 균형을 잡아 중심축 위에서 회전한다. 중심축이 잘 잡혀 하나의 중심점(Center)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빠르고 많은 회전을 요구한다. 회전하는 물체는 운동 상태의 전과 후가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스핀 운동 시 선수의 팔의 질량, 몸 밖으로 뻗어 나온 팔의 폭, 회전을 곱한 값 등은 항상 같아야 한다.

선수의 팔의 질량은 변하지 않으나 몸 밖으로 나온 팔의 폭은 위로 올리거나 접을 경우 줄어드는데, 줄어든 팔의 폭만큼 보충해줄 수 있도록 속도가 빨라진다. 스핀 동작에서 팔, 다리 등을 크게 벌렸다가 돌기 시작할 때 몸을 오므려 회전관성을 작게 해 회전 속도가 빨라지도록 하는 원리다.

빠르게 질주하다가 힘차게 공중으로 도약해 회전한 뒤 착지에 성공하는 점프 기술은 피겨스케이팅의 백미이다. 점프의 완벽한 조화는 원하는 회전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더 높이 뛰어야 하고, 또 얼마나 빨리 돌아야 하는가와 같은 물리학의 지배를 받는다. 도약에 앞서 선수들은 공중으로 치솟기 위한 탄력을 얻고자 얼음 위를 빠르게 미끄러져 속도를 낸다. 이때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신체의 중심을 앞쪽으로 실어 가속도를 높인다. 도약하기 직전 얼음을 밀어젖히면서 무릎의 스프링을 이용해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바로 얼음을 누르는 이 동작이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인 토크(torque)를 만들어낸다.

김연아 선수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보여준 놀라운 기술은 스케이팅의 속도와 관련이 깊다. 그녀의 점프는 다른 선수에 비해 도약지점에서 착지까지의 이동거리가 길다. 이는 스케이팅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데, 이 속도로 인해 스핀의 회전수, 점프의 체공시간과 회전속도가 증가해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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