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삶의 질 떨어뜨리는 만성콩팥병

한 번 앓으면 계속 진행…합병증이 더 무서운 질환

조장희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조장희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최모(73) 씨는 얼마 전 집안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쳤다. 넘어질 때 엉덩이를 찧으면서 고관절(엉덩이 관절)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것. 반사 신경이 둔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데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게 원인이었다. 수술을 받은 최 씨는 입원 치료 과정에서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크게 떨어져 만성콩팥병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의 기능이 손상돼 있거나 콩팥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의 기능을 완전히 잃더라도 투석이나 신장 이식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만성콩팥병이 유발하는 다양한 합병증이다. 만성콩팥병은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 골다공증, 빈혈, 전해질 불균형, 부종 등 갖가지 합병증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65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

콩팥의 기능을 가늠하는 기준은 사구체 여과율이다. 사구체는 콩팥에 있는 미세한 혈관 덩어리로, 사구체 여과율은 혈중 노폐물을 걸러내는 능력을 말한다. 사구체 여과율은 90㎖/분 이상이면 정상이지만, 60㎖/분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석 달 이상 이어지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다. 신장의 기능은 정상의 35~50%까지 떨어지더라도 별다른 전신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사구체 여과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몸 안의 수분과 전해질을 적절히 배설, 조절하지 못해 수분이 축적되고 부종과 고혈압 등이 나타난다. 칼륨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전해질의 농도가 높아지고, 소변으로 배설돼야 할 노폐물이 축적되는 요독증에 이르게 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지난 2013년 15만1천511명에서 지난해 18만9천691명으로 25.1%나 증가했다. 특히 30세 이상 성인 중 4.1%가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고, 65세 이상 성인은 16.5%가 만성콩팥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에 시달리는 셈이다. 만성콩팥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조기 발견과 꾸준한 합병증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혈관 건강 악화시켜 생명 위협

심혈관질환은 만성콩팥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을 갖고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도 많다. 콩팥이 손상되면 혈압 조절에 간여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난다. 또 수분 배출이 잘되지 않아 체액이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높아진 혈압은 다시 콩팥의 손상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진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혈압을 정상 범위(140㎜Hg/90㎜Hg)로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한 치료가 된다.

만성콩팥병은 고혈압과 함께 혈관 내부에 동맥경화증이나 혈관석회화도 진행된다. 이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장 관련 질환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뇌졸중이나 말초혈액질환 등 전신의 혈관에 다양한 합병증도 동반할 수 있다.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통한 혈압조절과 함께 금연,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콩팥 기능이 떨어질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했다. 사구체 여과율이 60㎖ 이상인 만성콩팥병 환자는 고혈압 유병률이 15.4%였지만 15㎖ 미만에선 50.3%에 달했다. 관상동맥질환도 사구체 여과율이 60㎖ 이상에선 4.5%가 나타났지만, 15~29㎖에서는 24.5%로 증가했다.

◆빈혈, 골다공증도 악화시켜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삶의 질도 함께 추락한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빈혈이다. 콩팥의 사구체 옆에 있는 간질에서는 적혈구를 만드는 호르몬(에리드로포에틴)이 분비된다. 그러나 콩팥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에리드로포에틴이 분비되지 못해 빈혈이 생긴다. 간질의 기능 손상은 비타민D 부족을 일으키고,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거나 음식으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콩팥 기능이 손상되면 사구체가 손상되고 간질에도 영향을 끼쳐 비타민D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게 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칼슘이 뼈에 달라붙지 않아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체내 전해질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는 점도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인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으면 혈액 내 인 수치가 높아지고 부갑상선 호르몬이 증가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골대사 이상과 혈관 석회화를 초래한다. 또한 칼륨이 적절하게 배출되지 못해 혈액 내에 칼륨이 과도하게 증가한다. 혈액 내에 칼륨 수치가 높아지면 근육 마비는 물론, 부정맥, 심근마비, 심정지 등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의 산과 염기의 평형 유지에 장애가 생겨 체액이 산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는 뼈와 근육 세포를 약하게 하고 빈혈을 악화시키며 칼륨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수분과 염분 배설 장애로 체액이 심하게 늘어 폐부종, 심부전에 따른 호흡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계속 진행되는 병이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우선 짜게 먹어선 안 된다. 물은 충분히 마시되 탄산음료는 피해야 한다. 지나친 운동도 금물이다. 과도한 운동은 근육 세포를 파괴하고, 파괴된 근육 세포의 찌꺼기가 콩팥에서 걸러지는 과정에서 콩팥을 망가뜨릴 수 있다.

조장희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조장희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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