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떠나 고생 하는 반려동물

포항 지진으로 가축과 반려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동물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식욕이 감퇴하는가 하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가운데 사람들이 대피에 나서면서 일부 반려동물들은 '남의 집 신세'를 지게 됐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 하늘아래목장 이상운(43) 씨의 젖소 15마리는 지진 이후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 씨는 "우유를 짤 때 평소와 달리 발길질을 하거나 잔걸음을 걷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우유 생산량도 10%가량 줄었다"고 호소했다.

인근 다른 축산 농가에서 육우 50여 마리를 키우는 권용학(61) 씨도 걱정이 크다. 권 씨는 "지진 당시 새끼를 밴 암소가 축사 울타리를 머리로 들이받을 정도로 불안해했는데 유산할까 봐 불안하다"며 "며칠이 지난 지금도 소들이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만 나도 한쪽 구석으로 달아난다. 사료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반려동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포항시 북구에 사는 문소희(22) 씨는 강아지의 이상행동이 걱정이다. 문 씨는 "강아지가 여진이 올 때마다 짖고 뛰는가 하면 잠도 잘 못 자고 구석으로 숨으려고만 한다"고 했다.

이재민 대피소에 애완동물 출입이 불가한데다 일부 시민들이 잠시 피신에 나서면서 '남의 집 생활'을 하는 반려동물도 늘고 있다. 포항시 남구 한 애견호텔 관계자는 "북구 지역 주민들이 남구까지 와서 애견을 맡기고 간 사례도 꽤 있어 맡고 있는 개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지진 여파에 크게 다친 동물도 있었다. 지진 당시 흥해읍 한 아파트 5층에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고양이 한 마리가 골절 및 폐출혈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 한 동물병원 수의사 홍경태(60) 씨는 "말 못하는 동물들이 사람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례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부진해지기 때문에 영양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하고 심한 경우에는 안정제 투여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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