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A유치원은 20일 유아용 지진 안전모 180개를 해외직구 구매대행을 통해 샀다. 경주 지진 이후 국내 업체 중 안전모를 만든 곳이 한 곳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단 한 곳도 찾지 못한 탓이다. 안전모 구매 전에 정부나 교육부도 안전모 구매 기준 등에 대한 어떤 말도 해준 적이 없어 인터넷만 한참을 뒤적였다. 지난해 검색해봤던 일본 유아용 안전모를 다시 찾아봤다. 그러나 직접 구매하려니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고민이 깊었다.
그러던 차에 유치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일본에서 지진 방재 모자를 공동구매하려는데 같이 하시죠. 배송비 빼고 1만6천원에 가능합니다. 어디를 전화해도 지금은 주문이 폭주해서 한 달 이상 걸릴 거지만, 우리는 수량을 많이 주문하는 곳부터 더 빨리 지원할 수 있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거절했다가 옆 동네 B유치원도 이 남성에게 구입한다고 해서 급히 180개를 주문했다.
포항 지진에 큰 충격을 받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유치원 등 교육기관이 유아'청소년용 안전모를 구매하려 하고 있지만, 경주 지진 이후 전혀 달라진 것 없는 구매 환경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공포를 겪었던 학부모들 사이에선 유아'청소년용 안전모 구매 열풍이 거셌다. 그러나 당시 유치원과 학교, 학부모 등은 안전모 기준이나 구입처를 알지 못했다. 안전모라고 해야 공사 현장 안전모나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탈 때 쓰는 안전모가 고작이어서 어떤 안전모를 사야 할지조차 고민이 깊었다. 본지도 유아용 지진 안전모에 관심 없는 정부와 교육기관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본지 2016년 10월 4일 자 2면 보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난 15일까지 바뀐 것은 전혀 없었다. 1년 전 경주 지진 때의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A유치원 교사는 "제품이 오면 결제를 해야겠지만, 정상적인 제품이 올지 걱정스럽다. 경주 지진 이후 정부가 유아용 안전모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며 "지진 발생 시 1차 생명을 지켜줄 안전장치인 안전모를 기준에 맞춰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한국에 생기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주 지진 때도 마땅한 기준이 없어 안내를 해주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의 기준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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