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이후 필로티 건물의 안전성 우려가 숙지지 않는 가운데 건물주와 세입자 양측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수 세입자들이 피해 지역 필로티 건물 전체에 대한 정밀진단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같은 필로티 건물이라도 세부구조에 따라 안전성이 갈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 기둥을 드러낸 한 원룸 건물이 화제가 되면서 해당 지역 원룸 주민들과 건물주들이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다.
원룸 건물주 이모(69) 씨는 "필로티 건물이 위험하다는 지적 탓에 보증금을 빼달라는 세입자가 갑자기 늘어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인근 수백 채 필로티 건물 중 2, 3채만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우리 집도 외장재 타일이 떨어진 정도다. 구조 자체가 문제라면 어떻게 손상 정도가 이만큼 다를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세입자들은 지진 이후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대두됐고, 여진까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룸촌에서 만난 한 세입자는 "전파된 건물도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겉보기엔 이상이 없더라도 비파괴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룸촌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진 이후 세입자와 건물주 간 갈등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전파된 경우에는 당연히 보증금을 내줘야겠지만 비교적 경미한 손상을 입은 곳들이 문제"라며 "전수조사를 실시해 주민 불안도 해소하고 이번 기회에 필로티 구조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건물을 싸잡아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건축업계에 따르면 ▷같은 필로티 구조 건물이라도 1층 기둥이 건물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경우 ▷1층 일부를 사무실'점포로 쓰기 위해 벽이 세워져 있는 경우 ▷건물 출입구인 계단실 입구가 한쪽 모서리가 아닌 건물 중앙부에 위치해 커다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힘을 받는 코어 역할을 하는 경우 등은 상대적으로 지진 충격에 강하다는 것이다. 지역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필로티 건물이라도 피해 양상이 사뭇 다르다. 피해 건물들을 분석해 보면 이런 경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건축업계 관계자는 "필로티 건물이 집중적으로 등장한 것은 가구당 0.7개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된 2006년 이후다. 이때는 이미 내진설계가 도입됐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입주자들이 불안해한다면 전수조사를 통해 안전도 확보하고 필로티 구조의 적절성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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