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포항시 북구 여남동 장애인복지관. 웅장한 건물의 외벽은 깨끗했다. 한쪽 벽면이 모두 통유리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균열이 보이지 않았다. 관리자에게 지진 여파에 대해 물으니, 미세하게 금이 간 벽 부분 두 군데 정도를 가리킨다. 이곳은 규모 5.4의 포항 지진 진앙과 불과 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아파트와 원룸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흥해 지역과도 가깝다. 그럼에도 이곳 장애인복지관이 지진 여파를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내진구조 덕분이다. 지난 2014년 완공된 이 건물은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지진 안정성 표시를 받았다.
포항 지진이 크나큰 상처를 남긴 이후 건물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8년 6층 이상'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처음 내진설계 개념이 도입됐다.
이후 1995년 6층 이상'연면적 1만㎡ 이상, 2005년 3층 이상'연면적 1천㎡ 이상 등으로 점차 확대됐으며 2015년 3층 이상'연면적 500㎡ 이상의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개정됐다.
물론 내진설계가 만능은 아니다. 포항 지진에서 의심되듯 액상화가 발생할 경우 지반 자체가 무너져 아무리 내진설계가 완벽해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다만 건물의 1차 붕괴와 인명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진설계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건물 내부의 철근 등 기초를 튼튼히 하고, 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하부 받침을 균일하게 하는 것이 전부다. 즉,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일정 강도가 확보돼야 하고,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힘의 분산 및 연성이 필요하다. 내진설계가 튼튼하다고 해서 건물이 아예 흔들리지 않거나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진 강도마다 허가하는 건물 파괴 정도가 따로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의 지진에는 모든 자재가 손상되지 않아야 하지만, 중간 규모의 지진에는 외벽 등 비중요 자재의 손상까지는 허용된다. 대규모 지진에는 대부분의 자재가 손상되더라도 구조물 붕괴로 인한 인명 손상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신축 건물은 물론 오래된 공공건물에도 설계 보강을 지시하는 등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금까지 국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비율은 20%를 조금 넘는다. 포항북구 장애인복지관처럼 지진 안정성 표시를 받은 곳은 전국에 1천600여 곳 정도가 고작이다. 포항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 공법에 따라 지진에 다소 약하고 강한 공법이 있지만 필로티 공법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 기초를 얼마나 튼튼히 하고 내진설계를 충실히 적용했는지가 문제"라며 "늦기는 해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먹구구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정밀진단 및 보강이 실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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