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인종 때인 1127년에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인 리 쯔엉 꼰(李陽火+昆)이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와 경주에 정착했다. 리 쯔엉 꼰은 리 왕조의 5대 왕인 신종의 아우로 형과 왕위 다툼을 벌이다가 송나라로 망명하였는데 송나라가 금나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난을 피해 고려로 다시 오게 됐다. 리 쯔엉 꼰은 고려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갔고 후손들도 번성했다. 그의 6세손인 이의민은 고려 무신정권기의 지도자였고 이의민의 증손자 이우원은 강원도 정선으로 낙향, 후손들이 정선을 본관으로 하게 됐다. 리 쯔엉 꼰이 경주에 도착한 99년 뒤인 1226년에 리 왕조 6대 왕인 영종의 일곱째 아들이자 리 쯔엉 꼰의 종손인 리 롱 뜨엉(李龍祥)이 왕족들이 살해당하는 화를 피해 황해도 옹진군 화산면에 도착했다. 고려 고종이 배를 타고 표류해 온 그를 딱히 여겨 이 지역의 식읍을 주었는데 그는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 영상 축전을 통해 화산 이씨를 언급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베트남 출신 귀화 성씨인 정선 이씨와 화산 이씨는 국내 통계상으로 각각 3천600여 명, 1천7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경주에 정선 이씨 후손들이 꽤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베트남을 이어주는 특별한 가교로서 베트남 정부도 베트남 옛 왕족의 한국 후손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다. 지난 2005년에는 화산 이씨와 정선 이씨 대표단이 베트남을 방문, 도무오이 당서기장을 비롯한 베트남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들을 환대하고 베트남인과 동등한 법적 대우와 왕손 인정 등의 호의를 베풀었다.
지난 11일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개막한 즈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앞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고 이어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동남아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외교 다변화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 국가와의 비중만큼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신남방정책'으로 불리는 이 외교 정책은 시의적절하고 일리 있으며 성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세안 국가는 인구 2억6천여만 명의 대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경제 성장이 눈부신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등 역내 10개국을 말한다. 10개국의 인구만 합쳐도 6억4천550여만 명이 되는 큰 시장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에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한류에 대한 인기가 높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다양한 공연과 행사 등에 베트남인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열기도 뜨겁다고 한다. 경북도가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 맞물린 시기에 호찌민에서 문화엑스포를 개최한 것이 절묘하게 느껴진다. 경북도는 해외에서 경주 문화엑스포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호찌민을 선택해 개최한 이번 행사가 다른 때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 30개 식품 기업이 베트남 유통업체에 매장을 열었으며 포항시 사절단은 베트남 동남부의 바리아-붕따우성을 방문, 교류 투자 확대에 합의했다. K-뷰티 화장품 사업에 나선 경산시는 엑스포 개최 기간에 맞춰 호찌민과 다낭에 상설 전시판매장을 개장했고 대구시는 관광상품을 현지에 소개, 호찌민 관광업계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북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포항, 경주, 경산 등의 노력은 눈여겨 볼만하다. 포항과 경주에는 이주 여성과 외국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데 포항시는 이주여성의 친정집 지어주기 등 감성적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경북관광공사는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끊기자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나서 성과를 거뒀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계기로 경북 지자체의 동남아 진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동남아 중시 정책을 표방한 정부의 지원이 커진다면 경북과 포항, 경주 등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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