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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 ① 잉카문명의 관문, 페루 리마

비밀의 지하 묘지 카타콤을 품은 산 프란시스코 성당과 수도원.
비밀의 지하 묘지 카타콤을 품은 산 프란시스코 성당과 수도원.

1. 잉카문명의 관문, 페루 리마

20여 년 전 젊음을 앞세워 바람같이 다녀온 남미를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 달 동안 배낭을 벗 삼아 다시 찾아갔다. 남미는 20시간 이상의 비행과 장거리에 따른 체력 소모, 언어 장벽 부담으로 쉽게 떠나기는 힘든 곳이다. 하지만 힘든 여행지일지라도 떠남의 용기만 있다면 미지의 매력으로 꽉 찬 곳을 쉽게 다녀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자연 풍경과 잉카문명의 다양한 문화가 가득한 남미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남미는 장거리 이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철도는 거의 없고 대부분 시외버스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다음 여행지로 향하는 시외버스표부터 확보해야 한다.

남미대륙 첫 도착지는 남미의 관문이자 페루의 수도인 리마(Lima)이다. 찬란한 잉카문명의 역사와 신비를 간직한 페루는 남미 서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동쪽에는 브라질, 남동쪽에는 볼리비아, 남쪽으로는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페루를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안데스산맥을 넘나드는 잉카 유적, 인디오 여인, 불가사의한 지상 그림, 마추픽추가 떠오른다.

리마는 현대와 과거 문명의 영광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근 리마는 다양한 볼거리가 풍부하고, 안전함과 지리적 편리함 덕택에 남미 여행을 위한 최적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남미의 여러 나라가 스페인 지배하에 있던 시절, 그 넓은 면적의 영토를 다스리던 주도가 바로 리마였다.

리마의 트레이드마크는 스페인풍 건물들과 도시에 낮게 깔린 안개로 가득 찬 전경이다. 도시는 크게 구시가지와 비즈니스 지역으로 나뉜다. 구시가지는 고대 문명과 스페인 식민지 문화가 온전히 보존돼 있어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들기 쉽다. 구시가지 중심가인 산 마르틴 광장은 과거 남미 독립에 앞장서 페루를 해방시켰던 호세 데 산 마르틴을 기념하는 곳이다. 광장 주변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산 마르틴 동상이 세워져 있다. 왕들의 도시로 불리는 아르마스 광장에는 피사로가 건립한 페루 대성당을 비롯해 대통령궁, 리마 시청, 노동조합 건물 등 스페인 식민지 당시 건물이 즐비하다. 산 프란시스코 성당은 정교한 목재 장식이 돋보이는 스페인식 건축물로 건물 지하에 스페인 식민지 노동자 7만여 명의 유골을 모아놓은 지하 무덤 '카타콤'이 유명하다.

바로크 건축양식의 리마 대성당은 아르마스 광장과 마주 보고 있으며, 16개의 제단과 각종 종교 관련 예술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현재 피사로의 유체라는 미라가 대성당 유리 상자에 안치되어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수도원인 산 프란시스코 교회와 남미 최초의 대학인 산 마르코스 대학교가 인근에 위치해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 황금박물관 등도 리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민지 유적들이다. 이와 반대로 공항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하는 미라플로레스 지구는 지금까지의 문화유적지와는 달리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신흥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리마에는 태평양과 아마존의 산해진미가 넘쳐나 여행자들에게는 '식도락의 도시 리마'로 불리고 있다. 아마존과 고산지대에서 공수해 온 풍부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먹는 재미가 여행의 맛을 더한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의 고급 음식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길거리 음식도 입맛을 자극한다. 세비체, 아로스 콘 마리스코스, 콘치타스 알라 칠라카 등 해산물로 만든 풍부한 음식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는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제법 많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만남을 경험했지만 리마는 남미의 첫 기착지로 가슴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가장 완벽한 장소였다. 리마는 아름다운 역사 유적뿐만 아니라 페루의 속살과 남미 사람들의 소박한 따스함이 얼어붙었던 나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켰다. 페루에는 풀리지 않은 신비를 간직한 유적지를 비롯한 마야문명의 자취가 가득하다. 또한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소도시들에서는 광활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남미 여행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 칠레의 쏟아지는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타카마 사막과 칠레가 자랑하는 국립공원 토레스델 파이네, 그리고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코바카바나 해변 등 문명의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다듬어져 있지 않아도 유럽보다 섬세하고, 아프리카의 자연보다 야성적이며, 아시아보다 신비로운 곳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을 두 발로 직접 걸어 보니 남미는 상상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고 놀랍도록 경탄스러운 곳이었다.

원시적인 기운이 가득한 자연환경, 잉카와 마야문명, 순박하면서도 화끈한 사람들, 삼바 리듬이 흘러넘치는 해변 등 남미 지역의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행했던 곳보다 훨씬 다양하고 색다른 풍경과 인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대륙의 최남단 기차를 타고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유쾌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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