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가정보기관이 이토록 온갖 나쁜 뉴스와 추문의 중심에 서는 사례가 또 있을까. 정권이 바뀌자 전직 국정원장들과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일을 목도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민걱정원'으로 조롱받는 국정원에 대한 개혁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국정원 조직 및 기능 개편안을 내놨다. 명칭에서 '국가'와 '중앙'이라는 단어를 빼고 '대외'와 '안보'라는 단어를 넣는 한편, '원'자를 떼고 '부'자를 넣는 개편안도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위원회의 안이 받아들여지면 국정원은 18년 만에 간판을 바꿔달게 된다.
명칭을 바꾸려는 데에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 온 적폐를 청산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혁위 계획에는 국정원의 비대한 권력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선명히 드러난다. 수사권 이관과 직무 범위 구체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내'외부 통제 강화 등 눈여겨볼 만한 내용들이 많다.
국정원 개혁 방향은 큰 틀에서 맞고 국민 및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한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이 아니듯 이름만 바꾼다고 조직이 환골탈태하지는 않는다. 박정희 정권이 1961년 중앙정보부를 설립한 이래 1980년 국가안전기획부, 1999년 국가정보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국정원의 일탈을 막지 못했다. 권력자의 야욕과 국정원 간부들의 그릇된 처세가 맞물리면서 국정원 조직이 나라와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에 봉사하는 흑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국정원의 개혁이 정파적 이해득실과 정략적 계산을 깔고 추진돼서는 안 될 일이다. 국내 정치 개입 등 일탈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하지만 국정원 기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국가가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할 국가정보기관 고유의 기능마저 줄여버리거나 조직원 사기를 꺾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안보 및 대공, 테러 및 국제범죄 대응 등 정보기관 본연의 기능은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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