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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책가방 두고 내려 '아찔'…시험장엔 정치인 플래카드 '눈살'

23일 대구시내 각 수능시험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수험생, 학부모, 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한마음으로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신분증을 잃어버리는 등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사히 수능을 마쳤다.

○…한 학부모가 오전 7시 45분쯤 헐레벌떡 대구여고 정문 앞으로 달려왔다. 그는 시험 치러온 딸이 택시에서 도시락만 챙기고 신분증이 든 책가방을 두고 내려 가방의 행방도 알 수 없고 신분증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학부모는 마침 딸의 담임선생님을 만나 사정을 얘기했고, 고사본부에서 신분을 확인한 뒤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수능시험장 곳곳에 내걸린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플래카드가 불편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응원을 빌미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실제 일부 기초단체장은 직접 시험장을 방문해 수험생을 응원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학부모 박모(48) 씨는 "단순히 수능 잘 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지 모르겠다. 응원 방문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대부고 앞에서는 모 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이 '재.수.없.다. 대학가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수험생을 상대로 할인 이벤트 홍보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교문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자기들끼리 기념사진을 찍은 뒤 이내 자취를 감췄다.

○…추운 날씨에도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이 훈훈함을 연출했다. 후배들은 '흘린 눈물이 아름다운 꽃이 되길' '또 만점이닷!' 등 재치 있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가져와 선배들을 응원했다. 후배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수험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쳤다. 조해윤(경일여고 1년) 양은 "선배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결과도 대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서구 영남고 정문에서는 수험생들이 들어갈 때마다 1, 2학년 재학생 20여 명이 "선배님 시험 잘 보십시오"라며 큰소리로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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