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을 맞아 대구경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시'도 담당 부처 공무원들은 일찍이 여의도 국회 인근에 숙소를 잡아 합숙에 돌입했고, 국회 예산결산소위원인 김광림'곽대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사무실에 진을 치며 날밤을 새우고 있다. 여권의 협조를 위해 홍의락'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을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한편 이미 확보해 놓은 예산에 대해서는 철통보안을 유지하며 다른 지역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일쑤다.
하지만 최근 기자의 레이더망에 걸린 한 교육사업이 '옥에 티'로 보인다. '스마트 E 러닝'은 지역의 중고생들에게 수학능력평가 영어 듣기평가 교육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온라인 교육사업이다.
현재 지역 내 30만 명에 달하는 중고생들은 연간 107억원에 달하는 EBS 듣기평가 교재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지역 내 40여만 명의 학부모들은 듣기평가 교재비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학습능력 상승효과도 있다.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검증한 결과 '스마트 E 러닝'을 통해 학습한 학생들의 듣기평가 성적은 평균 20점 상승했다. 반별 평균 영어점수도 100점 만점 기준, 55.1점에서 79.9점으로 크게 올랐다.
이 시스템의 연간 운용비용은 20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시스템 공급자는 시'도가 각각 2억원씩의 비용만 부담하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종합해 보면 대구경북이 2억원씩만 투자하면 학부모들은 100억원이 넘는 교재비를 쓰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도 담보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이 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역이 부담하는 금액만큼의 국비 지원도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끝내 확정되지 못했다.
한심한 점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낀 지역 공무원들이 서로 관할을 떠넘기면서 무산됐다는 점이다. 경북은 여성가족정책과와 인재개발정책과가, 대구는 시청과 교육청이 서로 떠넘기기식 핑퐁게임만 하면서 사업 확정 시기를 넘겨 버린 것이다.
최근 만난 호남의 한 고위 공무원은 "국비를 준다는데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일은 우리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담당자를 끝까지 찾아내 중징계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3조원 이상, 경북은 11조원 이상의 내년도 예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적은 예산이지만 신규 사업을 통해 시도민의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덩치 큰 예산이라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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