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에 대한 다수 국민의 눈길이 권력구조 개편에 쏠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물론 입법권의 주체, 자치권 범위, 양원제 도입 등을 놓고 여야는 물론 학계'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추가적인 논의는 좀 더 필요하다.
◆지방분권 개헌 논의 어디까지 왔나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 의원) 산하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올 8월 지방분권 관련 최종 개헌 합의안을 마련해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자문위 합의안은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백지상태에서 이뤄질 개헌안의 초안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올 초 출범한 개헌특위는 올 2월 지방분권분과를 포함한 6개 분과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각 분야별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방분권분과는 지방자치 전문가인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이 간사를 맡고, 김형기 경북대 교수, 안영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이기우 인하대 교수, 유재인 대전대 교수, 최백영 전 대구시의회 의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개헌특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자문위 지방분권분과가 제출한 합의안을 놓고 집중토론에 들어간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개헌안 조문화 작업은 자문위에서 이뤄진 것이 사실상 유일해 여야 개헌특위 위원들의 의견 제시와 쟁점 정리 등을 통해 뼈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개헌안 작성을 위한 기초소위원회에서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지방분권 분야 개헌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지방분권의 당위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수차례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일부 민감한 조항을 제외하면 연내에 조문화가 완료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 둘러싼 쟁점은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내용을 신설하는 부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를 지방분권 국가로 이행하게 하는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데, 일부 국회의원은 지금도 분권 국가로 규정할 수 있는데 굳이 명문화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지방정부'로 바꾸자는 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지방정부가 입법권을 갖는 부분을 놓고 상위 법률과 어긋날 경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부 의원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만들어 양원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지방분권론자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농어촌 간의 정치적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상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대표형 상원이 중앙-지방정부 간 또는 지역 간 갈등 해소를 통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양원제 도입은 의원 정수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회 불신이 높은 우리 정치 환경에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 지방정부에 사법권을 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방법원장, 지방검찰청장, 지방경찰청장 등을 주민직선제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지방분권분과가 아닌 사법분과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너무 파격적이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감사원 감사 대상에 지방정부가 포함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지방정부의 자치사무를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조만간 감사원 감사 대상에 지방정부가 포함되는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성호 간사는 "지금도 지자체에 대한 국가나 상급기관의 감사가 1년에 150일이 넘는다"며 "감사 준비 때문에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하는데 이것이 무슨 지방분권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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