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퐝'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SNS에서다. 처음에는 '퐝'이 무슨 뜻인가 했다. 알고 보니 '포항'의 줄임말이었다.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단문 메시지나 SNS가 본격화한 이후가 아닐까 싶다.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충청도민 특유의 어투인 '개 혀?'와 같은 느낌에, 듣고 말하는 재미도 크다.
지금 '퐝'이 큰 상심에 잠겨 있다. 15일 발생한 지진이 50만 시민에게 큰 충격과 불안감을 주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진 후 안전 문제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자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지진이 마치 포항시의 잘못인 것처럼 눈을 흘기는 철없는 소리가 포항 시민의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포항은 복구의 손길이 바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염원이 강렬하다. 포항 시민의 희망과 재기를 바라며 보내온 각계 성금이 열흘간 105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복구에 힘을 보태는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모두 9천271명의 자원봉사자가 포항을 찾아 시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 공헌에 가장 큰 힘을 보태야 할 대다수 대기업들은 지진 성금에 소극적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성금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고, 현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국가 재난' 앞에 대기업이 눈치만 살핀다는 것은 결코 어울리는 모양새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사회의 반응을 문득 떠올리게 한다. 지진해일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후쿠시마현 등 도호쿠(동북)지방 주민에 대한 일본 국민과 매스컴의 배려는 지극했다. 프로야구 경기마다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빠지지 않았고, NHK 날씨 예보도 도호쿠의 날씨부터 가장 먼저 알릴 정도였다. 한결같이 '간바레! 도호쿠'(힘내라 동북)를 외쳤다. 이런 응원과 배려가 단지 몇 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수년간 마치 관례처럼 계속됐다.
그저께 직원 20명, 연매출 70억원대인 작은 기업의 대표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5년간 모두 50억원의 성금을 내기로 약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우면 또 채워지지 않겠느냐"는 그의 소감에서 독자는 돈이 아니라 진정 우리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았다. 성금의 진정한 가치는 희망과 밝은 미래를 함께 나누는 일이다. "힘내라, 퐝!"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