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새로 지은 건물에 '유치권행사 중'이라는 큰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쉬운 사례를 들자면 자동차, 전자제품 수리업체는 수리비를 받을 때까지 자동차, 전자제품의 반환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치권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건축주, 건설업체,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건축주가 자금 사정이 나빠서 건설업체에 공사대금을 주지 않으면 건설업체는 공사대금 확보를 위하여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합니다.
건설업체가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일자보다 앞서서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도 저당권자가 압류신청을 하기 이전에 유치권을 행사하였다면 유치권이 저당권보다 우선합니다. 그래서 유치권자는 건물이 경매에서 낙찰되어도 공사대금을 모두 받기 전까지는 낙찰자에게 건물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 낙찰자, 매수자는 건물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유치권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한편 다세대주택 창호 등 공사를 하청받아 완성한 하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받기 위해 다세대주택 중 1가구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한 것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5다16942 판결) 그러나 하청받은 사람이 원수급인의 동의 없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견해의 대립이 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사안에 따라서는 위 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건물에 대한 유치권 성립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치권자의 건물 점유입니다. 유치권자가 건물에 대한 잠금장치를 하여 직접 관리하거나 경비업체를 통하여 관리하면 점유가 인정됩니다. 만약 유치권자가 점유를 잃어버리면 유치권은 소멸합니다.(민법 제328조) 그래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건설업체는 건물 외벽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표시를 하고, 경비원을 세우거나 보안시설을 합니다. 물론 외부인의 건물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설업체가 유치권 행사 중이던 건물을 낙찰받은 사람이 용역을 동원하여 건설업체의 점유를 빼앗아버렸다면 건설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점유자는 점유를 빼앗긴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04조 제1항)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에 건설업체는 점유를 빼앗긴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점유를 하고 있는 낙찰자를 상대로 점유회수의 소를 제기하여 점유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점유를 회복한 이후에는 건설업체가 유치권을 계속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72189호 판결) 그러나 위 사례에서 낙찰자로부터 건물을 산 사람, 빌린 사람이 선의(침탈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면 유치권자가 그들에게 건물의 점유를 넘겨달라고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204조 제2항)
한편 유치권자의 점유를 빼앗아간 사람이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점유를 제3자에게 옮기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유치권을 회복하려는 사람은 점유 침탈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옮기지 못하도록 소 제기 전에 반드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법한 유치권자의 점유를 침탈하면 권리행사 방해죄,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되며, 건설공사 현장을 점유하지 못한 채권자가 유치권 행사를 이유로 공사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경매과정에서 낙찰대금 중 일부를 배당받기 위하여 허위의 유치권을 신고하면 형법상 경매, 입찰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을 행사하거나 유치권자에게 권리행사를 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신중하게 법률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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