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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관점에서 풀어낸 한반도 고대사…문화로 읽어낸 우리고대사

북방 기마민족 문화 특징을 보여주는 신라 토기. 매일신문 DB
북방 기마민족 문화 특징을 보여주는 신라 토기. 매일신문 DB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아프리카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 화석은 320만 년 전 인류로 확인되고 있다. 동부아프리카를 출발한 인류가 대륙으로 퍼져나가고 거기서 또 다른 줄기가 세계로 확산되었다.

한반도에도 고(古) 아시아 족이 살고 있었고 신석기 후기 무렵 새로운 세력이 한반도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반도에서 한 자루에 담기면서 일단의 세력을 형성했고, 삼국이 통일되면서 드디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반도의 고대사를 인류 이주사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동북지역을 거쳐 온 '북방루트'와 중국 서북지역 천산(天山) 주변 초원로를 거쳐 오는 '만주루트'를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이 대륙 이주의 흐름을 3부의 문화코드와 36가지 테마로 나누어 정리한다. 1부 '초원에서 불어온 바람 편'에서는 신라문화 중 초원 유목문화 요소들을 찾아내 설명한다. 신라 김씨 왕족들의 근친혼 풍습은 유목문화 특히 천산 주변 사카족 풍습과 맥이 닿아 있고, 신라 고총의 토우 항아리 중에 성애 장면이 많은 것도 천산 주변 부족의 암각화와 밀접하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김유신의 동생 보희의 오줌이 서라벌을 잠기게 했다'는 꿈 일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 '오줌 설화'는 페르시아를 창업한 키루스의 탄생 신화와 너무 흡사하다. 두 지역에서 같은 신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두 민족의 뿌리가 같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1부를 맺으며 저자는 신라의 김씨 왕족의 그 뿌리가 북방 초원문화계에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신구 당서(唐書)에서 신라를 변한이라 칭했던 것도 그들이 북방 초원 지대에서 고깔모자를 쓰던 사카족과 연결되었다는 것.

2부 '동남쪽 그림자에 서북의 자취가'에서는 신라 문화 중 중국 중원과 만주문화 흔적들을 찾아내고 있다. 한반도 고래인 기원에 대해서 아직까지 북방민족설이 유력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한 민족기원 연구에서는 중국 중북부 지역 농경문화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역사서 부도지(符都誌)에서도 조상들의 역사 궤적을 기술하면서 중원기원설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혁거세 신화 해석에서 저자는 중원의 농경문화적 요소를 들여다보고 있다. 즉 혁거세가 북방계라는 정설이 굳어져 있긴 하지만 선도성모(仙桃聖母)가 된 사소부인이 알영과 혁거세를 낳았다는 설화는 산신 혹은 지모신 계열 신화로 명백히 농경문화와 유목문화 요소로 분류된다는 것.

3부 '대륙에서 열도로 간 바람과 태양의 후손'은 한반도의 문명이 일본 열도로 전파되는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한반도에 정착한 유이민들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열도의 주류로 성장했다고 판단한다. 진인(辰人)이 제일 먼저 왜로 진출했고 변진인, 부여계가 그 뒤를 이었다. 천황가는 진인과 변진인이 결합해 탄생했고 부여인은 그들을 돕는 위치였다는 분석이다.

임나일본부설에 대해서도 저자의 예리한 통찰은 이어진다. 고대 사료를 이용해 임나일본부는 한반도 남부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한반도에서 외교나 교역을 위한 거점이었다는 것.

지금 중일(中日)이 패권화에 몰입하면서 역사 논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한국 내부에서도 보수와 진보 사이 사관의 간극은 메우기 힘들 정도 넓고 깊다.

이런 역사 혼란의 시대 역사를 '민족사, 국가사, 지배'피지배의 영토사관이 아닌 교류와 이동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저자의 제안은 참신하다. 지금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동북아의 국가들도 본래 하나의 뿌리였고 한줄기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성난 외교적 수사들이나 험한 눈초리들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33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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