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경술국치로부터 인천상륙작전까지를 살았던 한국인 가족 4대의 이야기다. 한국을 소재로 한 이 책을 쓴 작가 펄벅은 1930년에 소설 『동풍 서풍』으로 데뷔하였으며, 1938년 『대지』 3부작으로 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한국에 왔을 때, 경주를 여행하는 차 안에서 가을 녘 시골집 마당의 감나무 끝에 달린 감 여남은 개를 보고는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다. 동행한 기자가 "까치밥이라고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라고 하자 "바로 그거예요, 내가 한국에서 보고자 한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며 탄성을 질렀다는 일화가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이 인천에 상륙하던 날 일어난 일들까지 모두 사실이며, 미국과 한국을 포함하여 모든 외교상의 인물은 실제의 인물들을 구상하였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와 전쟁기의 세대 갈등, 농민의 성장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였다. 주인공 일한은 '그는 민족의 역사를 새로 공부하면서, 날마다 그 전날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간추려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작가는 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남녀 불평등을 꾸짖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며, 소작료를 올려주고자 하는 일한의 결심에서 다가올 농지개혁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일한은 양반이나 당시의 당쟁에 지쳐가고 오직 바른 정치를 갈구하는 실천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전반부를 이끄는 일한이 현재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떠올린 아버지의 말씀은 작가의 충고이다. 그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지적이다.
"현재를 이해하고 흔들림 없이 미래를 맞으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충분히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한도 성장한다.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은 당대의 지식인을 대변한다. 산수와 역사, 문학, 유교경전 등을 가르치기 위해 배우고 익힌 것을 가르치는 반복 속에서 일한이 영어를 익히는 장면에서는 급박함도 느껴진다.
아들 연춘은 '살아있는 갈대'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중국과 만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독립운동을 계속한다.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성장한다. 연춘은 미군이 인천에 상륙할 때 일본 경찰의 손에 죽고, 끝내 북으로 떠나는 연춘의 아들 사샤와 미국인 병원에서 의사가 되어 서울에 남는 연환의 아들 양이 남긴 여운은 21세기의 후손들에게 민족정신을 되새겨보게 한다.
우리 역사서 중 이 시기를 이만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책이 또 있을까? 흔하지 않을 것이다. 옛 기억 속, 보석 같은 나라의 소중한 사람들은 등장인물로 남아 그 나라 사랑의 정신을 듬뿍 보내준다. 받아 안고 보니 새삼 이 나라에 태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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